16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때 유급 휴가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주말 앞둔 금요일에 접종 강요, 접종 당일 4시간만 유급휴가 허용, 접종 당일 강제 연차 소진 유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고 이틀 유급휴가를 권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백신 휴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며 소속 조합원들이 받는 다양한 부당 처우 사례를 공개했다. 부산 동부산권산업단지의 종업원 150명 미만 사업장은 직원들에게 1·2차 접종 당일 4시간씩의 유급휴가만 줬다. 접종 다음날은 물론 접종 뒤 이상 증세가 이어지더라도 유급휴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부산 서부산권산업단지의 종업원 300명 이상인 사업장과 100명인 사업장은 노동자들이 접종 당일 개인 연차를 쓰도록 했다. 이곳 역시 접종 다음날과 이상증세가 이어질 때도 유급휴가를 주지 않았다. 또 다른 서부산권산업단지의 사업장은 접종 당일과 다음날 무급휴무를 지시했다.
ㄷ대 청소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이 백신 휴가를 요구하자 연차를 쓰라고 강요했다. 12시간 맞교대를 하는 아파트 경비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근무를 마친 뒤 접종을 받으라고 하거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백신을 접종받으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있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코로나19를 벗어나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노사가 따로 없고, 차별과 권리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차별 없이 모든 노동자한테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 유급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증상이 이어질 때는 요양 기간 전체를 유급휴가로 보장하라”고 정부와 자치단체에 촉구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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