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 골목에 ‘개고기’, ‘흑염소’ 등 간판들이 보인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13일 찾은 대구 북구 칠성시장. 시장 안 완구골목을 돌아서자 ‘개소주’, ’개고기’, ‘흑염소’, ’ㅇㅇ건강원’ 등의 간판이 곳곳에 보였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 앞 냉동고에 손질된 개고기가 진열돼있다. 개, 닭, 토끼 등 살아있는 동물들도 철장 안에 갇혀있다. 축축한 바닥에서 비릿한 냄새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파리를 쫓던 한 상인은 “이제 여기 개는 안 잡아. 다 치웠어”라고 말했다. 이곳은 ‘대구 개시장’, ‘칠성 개시장’으로 불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이다.
15일 현재 이곳에는 보신탕 업소 5곳, 건강원 10곳 등 모두 15곳에서 개를 식용으로 판다.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3월까지만 해도 시장 내 도살장 2곳에서 개를 잡아 바로 식당과 건강원으로 공급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에 도살장 2곳을 모두 폐쇄했다. 보신탕 업소 3곳, 건강원 1곳도 칠성시장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돼 오는 2025년까지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칠성시장에서 제외된 보신탕 업소 2곳, 건강원 9곳 등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물단체와 지역 정치권은 개시장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행동카라 등 지역 진보정당과 동물단체 15개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를 꾸렸다. 이들은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신탕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한그릇’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연대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개고기를 유통하는 모든 업종을 폐쇄하는 것”이라며 “시장에 인접한 모든 개식용 상가를 포함한 전환 대책을 수립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한 달 동안 개시장 폐쇄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15일 오전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행동카라 등 지역 진보정당과 동물단체 15개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를 꾸렸다. 이들은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신탕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한그릇’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구시는 올해까지 살아있는 개를 가두어 전시하는 행위는 없앤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살아있는 개를 전시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도살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로법상 불법 노상 적치물로 보고 강하게 행정 규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신탕 업소 등은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강제로 폐쇄할 수 없다”며 “상인들을 만나 개를 먹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나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전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구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6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개시장 업종을 바꾸는 정책 수립을 주문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칠성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하려면 개고기 시장의 업종전환은 필수”라며 “이미 10개 업소가 대구시의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업종을 바꿀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개시장은 지난 2016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2019년 부산 구포시장 개시장이 폐쇄되면서 현재 대구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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