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팀의 단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10일 오후 함안보 근처에서 채취한 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재첩이 돌아오게 하고 갈대밭이 되살아나게 하겠습니다.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를 되찾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낙동강 하굿둑(부산 사하구) 수문 전면 개방을 약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낙동강 하굿둑 수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수문 개방을 위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세차례 실증실험과 올해 네차례 하굿둑 12㎞ 지점(구포대교)까지 수문을 시범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설치한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8개 보를 언제 철거할지도 시계 제로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금강(3개)·영산강(2개)의 보 5개 가운데 3개(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전면 또는 부분 해체하고 2개(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라고 결정했지만, 낙동강 보는 포함하지 않았다.
10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등이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에 나섰다. 이들은 오전 9시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출범식을 열어 “4대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영남권 1300만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보 설치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민간 차원의 낙동강 현장조사는 3년 만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등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22조원의 사업비가 드는 4대강 사업을 발표하자 해마다 4대강 현장을 돌며 물과 흙을 채취해 검사해서 결과를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을 보에 가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물고기 서식 환경 등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고발했다. 낙동강에 8개의 보가 설치된 뒤 부영양화된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늘어나 물이 녹색이 되는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낙동강 현장조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조사팀 단장을 맡은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는 “4대강 재자연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를 믿고 기다렸으나 유독 낙동강만 이행 속도가 느려 3년 만에 현장조사를 하게 됐다. 남은 임기 안에 낙동강 재자연화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에 나선 조사팀들이 10일 오전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출범식을 열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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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팀은 4대강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박창근·유병제(대구대)·이승준(부경대) 교수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 17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10일부터 12일까지 2박3일 동안 낙동강의 주요 지점을 찾아가 물과 흙을 채취한 뒤 검삿감을 전문기관에 맡겨 10여일 뒤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팀은 이날 본포취수장(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창녕함안보(경남 창녕군 길곡면·함안군 칠북면)의 물과 흙을 채취했다. 11일엔 합천창녕보(경남 합천군 청덕면·창녕군 이방면)~낙동강레포츠밸리(대구 달성군 구지면)~도동서원(대구 달성군 구지면)~달성보(경북 고령군 개진면·대구 달성군 논공읍)~강정보(경북 고령군 다산면)를 조사한다.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칠곡보(경북 칠곡군 석적읍·약목면)와 구미보(경북 구미시 해평면·선산읍)의 강물과 흙을 채취한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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