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 울산시 제공
한국전쟁 전후 군대와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울산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졌다.
울산시는 10일 중구 약사동 세이골공원에서 조종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유족회 회장과 회원, 송철호 시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전후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을 열었다. 이 위령탑은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적에게 동조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재판절차도 없이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골짜기와 청량읍 반정고개 등에서 군·경에 의해 집단 총살된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울산시는 2억8360만원을 들여 세이골공원 안 671㎡ 터에 높이 5m의 위령탑을 지난해 4월 착공해 12월 준공했다. 고깔과 장삼을 걸치고 두 개의 북채를 쥐고 춤추는 민속춤 승무를 형상화해 상처와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날아가는 영혼의 날갯짓을 표현하고, 비둘기 두 마리가 각각 ‘진실’과 ‘화해’라는 글씨가 새겨진 올리브 가지를 물고 마주 보는 모습을 통해 평화를 나타내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지난 2008~2010년 진행된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울산지역 보도연맹원은 최소 1561명으로 밝혀졌고 희생자는 최소 870여명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진실규명과 신원확인이 된 희생자는 412명에 그쳤다. 나머지 희생자에 대한 진실규명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조종래 유족회장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숨죽여 아파하고 인내해 온 70년 세월이었다. 희생된 혈육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오랜 염원을 담은 위령탑을 눈앞에 마주하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철호 시장은 “적에게 동조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870여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고 70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위령탑을 세워 억울한 넋들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고자 한다. 아직 명예회복이 안 된 400여분의 희생자도 진실이 규명돼 위령탑에 새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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