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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살려줘” 경남 AI스피커로 홀몸노인 45명 목숨 구했다

등록 2021-06-09 15:05수정 2021-06-10 02:31

홀몸노인 등 위급상황 닥치면
목소리 인식·관제센터 ‘긴급호출’
평소엔 지역소식 등 말벗 역할
경남도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이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이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 합천에서 홀로 사는 ㄱ(82·여)씨는 지난 3월4일 아침 7시44분 갑자기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증세로 쓰러졌다. 이웃에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전화기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ㄱ씨는 바닥에 쓰러지며 “아리야, 살려줘”라고 외쳤다. ㄱ씨의 목소리를 인식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리아’는 즉시 관제센터를 긴급호출했다. 관제센터의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출동했고, ㄱ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다.

경남 창원에서 홀로 사는 ㄴ(84·남)씨는 지난 2월5일 오후 4시1분 뇌졸중으로 방바닥에 쓰러졌다. ㄴ씨 역시 인공지능 스피커의 도움 덕에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바로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경남도는 9일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통합돌봄 서비스로 이미 45명의 귀한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도는 2019년 11월부터 에스케이텔레콤·행복한에코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홀로 사는 노인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도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를 보급해 보살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핵심은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노인을 구조하는 긴급호출 서비스다. 홀로 사는 노인이 집 안에서 다치거나 아플 때 “아리야 살려줘”라고 외치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관제센터를 긴급호출한다. 관제센터는 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119구조대를 보내는 등 응급조처를 한다. 또 노인이 24시간 동안 인공지능 스피커를 전혀 이용하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고, 미사용 시간이 48시간으로 늘어나면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한다. 2019년 말부터 최근까지 45명이 이 서비스를 통해 위급상황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위급할 땐 119 구실을 하지만, 평소엔 말벗 구실도 한다. 지역소식과 날씨 안내, 노래 들려주기, 약 복용시간 알려주기 등 16가지 다양한 기능으로 외로운 노인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코로나19 사태가 뒤엔 방역수칙과 재난지원금 안내 등 기능도 추가됐다. 지금까지는 위급상황에서 “살려줘” 등 소리를 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잠자거나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대처하기 위해 호흡량·심장박동수를 파악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경남도는 하반기에 680대를 추가 보급해, 올 연말까지 서비스 대상자를 354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 서비스를 하는 곳은 경남이 유일하다.

심지영 경남도 복지정책과 담당자는 “이웃 노인이 서비스받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나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노인들이 많다. 경남도내 홀로 사는 65살 이상 노인 12만여명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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