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업 관련 기관 직원들이 마늘 수확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농민들이 힘겨운 농번기를 맞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인력난, 인건비 상승 등 삼중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8일 도민들에게 농촌 일손돕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남도에서는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이 더 줄었다.
지난 4일 마늘·양파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8일 낮 1시까지 확진자가 6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가운데 66명은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외국인인데, 4명은 식당 업주와 종업원이고, 나머지 62명은 마늘·양파 수확 일을 하러 전국에서 모여든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모텔·원룸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다가, 6월 말 마늘·양파 수확이 끝나면 새 일감을 찾아 떠난다.
‘고양이 손도 빌린다’, ‘부지깽이도 나와서 돕는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바쁜 농번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일손마저 부족해지자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경남도는 “봄철 수확기를 맞은 농가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애써 키운 농작물이 밭에서 썩지 않도록 일손돕기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탓에 우리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처지다. 마늘·양파 수확 등 기계화가 어려운 농사는 더욱 심하다. 관공서·군부대·농협 등이 적극적으로 일손돕기에 나서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경남도는 농촌고용인력지원센터 15곳을 운영하지만, 이달 말까지 도내에서 전체적으로 2만2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창녕군 농촌고용인력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농협중앙회 창녕군지부는 “이달 말까지 1만명가량 필요한데, 실제 확보한 인력은 2800여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을 확보할 길은 인력중개업소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구하는 방법뿐이다.
인력 확보가 어려울수록 인건비는 올라간다. 마늘·양파 수확을 시작한 지난달 초에는 일당이 1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7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 도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5~6월 농촌으로 몰려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창녕처럼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수확이 중단되면, 농가는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수확을 마쳐야 같은 땅에 모내기를 할 수 있는데, 수확 시기를 놓치면 마늘·양파 밭을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와 창녕군 방역당국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고,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적사항과 실거주지 파악조차 어려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일손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고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충북 괴산군은 8일 우즈베키스탄 고용노동부와 협약을 맺어, 다음달 2일 계절노동자 75명을 받기로 했다. 이들은 괴산 자연학습원에서 2주일 동안 격리한 뒤 농가 27곳에 배치돼, 11월까지 특산물인 찰옥수수 수확과 절임배추 생산 등을 할 예정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37개 기초지자체가 4600여명의 계절노동자를 배정받았다.
그러나 지역별 농업 특성이 달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부분 1주일 정도 초단기 일손이 필요한 경남 지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전혀 신청하지 않았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이제 농업도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영화 <미나리>에서 본 것처럼 우리도 농업이민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상원 오윤주 기자
csw@hani.co.kr
▶한겨레 영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