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기준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마친 15개 시·도 중 위원 성비를 맞춘 곳은 경북이 유일하다. 지난 5월20일 위원 7명 중 3명이 여성, 4명이 남성으로 구성된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 모습. 경북도 제공
7월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꾸려진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를 둘러싸고 전국 각지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위원회들이 ‘60대 남성’ ‘경찰 관련 인사’들로 편중돼 꾸려졌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도입한 자치경찰제 취지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현재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위원회를 출범시켰거나, 위원을 지명한 상태다. 나이대별로는 전체 위원 105명 가운데 60대가 53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70대 이상도 3명이었다. 50대는 38명으로, 50대 이상이 90%에 육박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위원 7명 중 60대가 6명이었고, 충북·경남·제주도 60대가 5명이었다. 반면 부산·충남·세종은 40대, 50대, 60대를 각각 2명 이상씩 세대별로 고루 배치했다.
여성 위원은 19명으로 전체의 18%에 그쳤다. 부산·경남·강원·대전은 위원 7명 전원을 남성으로 채웠고, 전남·인천·충남·전북은 여성위원이 1명뿐이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이 60%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양성평등기본법과 경찰법을 지킨 광역단체는 여성 위원을 3명 임명한 경북이 유일했다. 대구·충북·제주·세종·광주·울산은 여성 위원이 2명이었다.
출신별로는 전직 경찰과 경찰관련학과 교수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전체 105명 가운데 경찰 출신 20명, 교수 39명, 변호사 23명으로 전체의 80%에 육박했다. 교수 가운데 경찰행정학과 교수들이 많았는데, 이들 가운데는 경찰 퇴직자가 상당수였다.
전남의 경우 조만형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이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였고, 다른 3명은 전직 경찰이었다. 대구는 위원 7명 중 6명을 현직 교수로 채웠는데, 교수 6명 가운데 4명이 경찰행정학 전공이었고 이 중 3명이 경찰 출신이었다. 충북은 교수 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경찰행정학과 교수였다. 대전·부산·경남 등도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명씩 위원회에 참여했다.
‘자치경찰위원 중 1명은 인권 문제에 전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경찰법 조항도 상당 경우 무시됐다. 부산·경남·충남·충북·대전 등은 인권 관련 전문가가 1명도 없었다.
그나마 대구·경북·울산·광주·전남 등은 여성인권 관련 경력자가 1명 이상 포함됐고, 광주는 2명이 현직 시민사회 활동가이고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나 울산도 각각 최철영 대구시민센터 이사장(대구대 법학부 교수)과 김태근 전 울산시민연대사무처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60대, 경찰(또는 경찰 출신 교수), 남성에 치우친 위원회 구성을 두고 과연 사회적 약자와 인권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청소년·여성 등 주민생활안전, 교통 업무 등 자치경찰의 업무를 총괄하고 그와 관련된 인사, 예산 등 운영지원도 담당한다. 자치경찰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자치경찰위원은 국가경찰위원회(1명), 자치단체장(1명), 시·도의회(2명), 시·도교육감(1명), 시·도별로 꾸려진 자치경찰위원 추천위원회(2명)가 위원을 추천하면, 자치단체장이 최종 임명한다.
시대변화 흐름에 뒤처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두고 지역에서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위원회 전원을 남성으로만 채운 경남에서는 정의당 경남도당이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을 늦추더라도 여성과 인권전문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과 전북에서도 “상위법에 성비 규정이 있음에도 인천자치경찰 조례에는 관련 규정이 빠져 있다. 인천시 자치경찰위는 양성평등기본법을 위반했다”(인천여성의전화), “인권전문가를 포함한 여성 위원을 확대해 위원 구성의 성평등을 확보하고 여성 사안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전북여성단체연합) 등 논평이 이어졌다.
지역 유력자나 정치권과 가까운 고위직 경찰 출신들끼리 나눠 먹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자치경찰제가 경찰과 지자체의 갈등, 지방 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지 의문”이라며 “대부분 교수로 채워진 자치경찰위원회가 전문성과 현장성을 두루 갖추었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오히려 경찰 경력만 눈에 확 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자치경찰위원회를 꾸린 충남에서는 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위원장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열근 전 충남자치경찰위원장은 4월2일 밤 천안시 동남구 청수파출소에서 근무자와 자치경찰제와 관련한 대화를 하다 폭언과 함께 종이컵을 던져 ‘갑질’ 논란에 휩싸여 같은 달 5일 사퇴했다.
전국에서 경찰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는 자치경찰위 구성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제2차 자치경찰위원 추천위원회가 열려 내부적으로 위원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시 쪽에서 위원들에게 보안을 강조해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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