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경찰과 미군 헌병이 단속을 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방역수칙을 어겼으나 과태료 처분은 한 명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부산 해운대구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전국 해수욕장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법예방법)에 따라 2m 이상 거리에서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이를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5명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한다는 정부 핵심 방역수칙에 따라 해수욕장에서도 평소 알던 지인·가족들이라도 5명 이상 모이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울러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수욕장법)에 따라 백사장에서 음식물 섭취는 가능하지만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함께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 해수욕장법에 따라 백사장 안에서 폭죽을 터트리면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문제는 외국인들한테 과태료 처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밤~30일 새벽 해운대해수욕장에 주한미군 등 외국인 500명(경찰 추산)~2천명(해운대구 추산)들이 마스크를 벗고 술을 먹거나 폭죽을 터트린다는 신고가 해운대구와 경찰에 잇따랐다.
해운대구 직원들과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과태료 처분은 한 명도 없었다. 360건의 계도만 있었다. 주한미군 일부가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해운대해수욕장 단속 직원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외국인들한테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 모두 거부한다. 강제 연행을 할 수 없어서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협조를 요청할 뿐이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4일 저녁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외국인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해운대구는 경찰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부산지방경찰청은 “자치단체가 단속관련 지원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지만 감염병예방법 위반 단속 권한은 자치단체에 있다. 경찰은 폭행과 음주소란 등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 경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뿐이다”고 했다. 다만,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터트리면 경찰이 처벌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터트린 미군 1명을 붙잡아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5만원을 처분했다.
리 피터스 주한미군 대변인(대령)은 “미군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벌어진 행위를 인지하고 있다. 조사를 담당하는 한국 경찰 등과 협력해 주한미군 관련자들이 연루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방역수칙을 어겼을 때 신원 확인을 거부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법률에 분명히 적고 주한미군이 장병이 외출을 나갈 때 대한민국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교육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