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작업자 두 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119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결국 질식사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노동절이 있는 5월의 마지막 주말, 노동자 3명이 산업재해로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질식한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최근 몇년째 심각한 산업재해가 가장 잦은 사업장으로 지목된 곳이어서 시급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울산 온산소방서 화산119안전센터는 “30일 오전 9시34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더니 직원 2명이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을 해 이들을 병원으로 긴급이송했으나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숨진 2명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소속 직원으로,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남성이다.
이들은 이날 아침부터 재처리 공정 관련 컨테이너를 청소하던 도중 금속물질이 녹으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를 마시고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경찰청과 울산소방본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결과는 31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아연·납·구리 등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7개 공장과 부두를 갖춘 제련소는 울산 온산공단에 두고 있다. 전체 직원은 2019년 말 기준 원청 1269명, 하청 3249명 등 4518명에 이른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노동자의 사망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공장으로 꼽혀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2018년치 통계를 집계해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사업장’ 11곳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당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7.746의 사고사망 만인율을 기록해 사망사고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업장으로 지목됐다. 또 올해 2월 발표에서도 온산제련소는 2019년치 사고사망 만인율 2.213을 기록해 전년도보다 수치는 줄었지만 여전히 산업재해 비중이 높은 사업장 4곳에 포함됐다.
이보다 하루 앞선 29일 오전 9시29분께는 이주노동자가 낯선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ㄱ(34)씨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사고 당시 자동화된 자동차부품 생산 공정에서 나온 제품을 옮기는 일을 맡아 혼자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사고 뒤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이후 다른 공정에서 일하던 동료 노동자가 ㄱ씨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잠시 자리를 비운 동료 노동자 대신 ㄱ씨가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공장 안에 폐회로텔레비전이 없어 동료 노동자 등을 상대로 ㄱ씨가 사고를 당한 정확한 시간과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ㄱ씨의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설비에 머리가 끼여 숨진 것이 확실하고, 유족도 부검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현장 목격자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 사고의 원인이 기계 조작 실수인지 아니면 기계의 오류나 안전관리의 문제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인천 한 아파트공사장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작업 중 굴착기에서 떨어진 무게 200㎏짜리 돌에 맞아 숨졌다. 26일에는 세종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50대 화물노동자가 컨테이너 문을 열던 중 300㎏이 넘는 폐지 더미에 깔려 숨졌고, 24일에도 인천 남동공단의 한 산업용 기계 제조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작업 중 철판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23일에도 경남 창원 부산신항의 한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30대 노동자가 대형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안전시설이나 안전관리자, 2인1조 등만 갖춰도 대부분의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고 방심하거나 ‘노동자가 조금만 조심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업주 탓에 반복된다”며 “특히 이주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더 열악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이 때문에 더 반복해서 사고가 나고, 사고 자체도 드러나지 않고 묻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신동명 최상원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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