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무직 청년의 자존감 회복을 돕는 회사가 만들어진다. 출근할 공간과 명함 등을 주되, 출근 뒤엔 취업 준비를 하건 창업할 계획을 세우건 자유다.
부산 동구는 이르면 7월 ‘이바구컴퍼니’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 ‘이바구’와 회사를 뜻하는 영어 ‘컴퍼니’를 합한 이바구컴퍼니는 청년들이 취업과 고민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회사를 지향한다. 부산 동구는 관내 만 18~39살 무직 청년들의 지원을 받아 6월에 20명, 9월에 20명을 뽑아 부산역 근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부산본부에 마련된 사무실(26평 규모)로 출근하도록 할 계획이다. 소속감을 주기 위해 보직과 명함을 제공한다.
업무는 사원들 스스로 정한다. 사무실에서 취업 준비를 해도 되고, 창업 계획을 세워 추진해도 된다. 동료들과 함께 운동 등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근처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출퇴근 여부와 업무일지를 인증하면 된다. 다만 급여는 없다.
이바구컴퍼니는 이른바 ‘니트컴퍼니’를 본떠 기획됐다. 니트(NEET)는 교육을 받거나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말인데, 2019년 비영리 스타트업 ‘니트생활자’(공동대표 박은미·전정신)가 무직 청년들이 걱정 없이 머물다가 몸과 마음을 충전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 구실을 하는 가상회사인 니트컴퍼니를 만들었다. 니트컴퍼니와 이바구컴퍼니는 ‘방구석 백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동구는 이바구컴퍼니 사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공익에 반하지 않는 한 최대로 돕겠다는 태도다. 또 사원들에 맞춤형 진로 상담과 동구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 등을 제공하고, 공공형 일자리에 지원하면 가점도 부여할 계획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이바구컴퍼니는 청년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게 하는 발판 개념이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회사를 이끌면서 다른 사원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 다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청년단체는 일단 지켜본다는 태도다. 부산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바닥까지 떨어진 무직 청년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경직되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지는 않을지 우려가 없지 않아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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