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김해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 경남도 제공
가야 유물인 ‘김해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가 경남도 유형문화재(제668호)로 지정됐다. 경남에서 발굴된 가야 유물이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도는 17일 “김해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금동허리띠를 18일 도 유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대성동고분발물관은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군’ 제7차 발굴조사 과정에서 ‘김해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를 발굴했다. 대성동 88호분은 4세기에 조성된 대형 덧널무덤(관을 넣는 묘실을 나무로 짜서 만든 무덤)으로, 김해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금관가야의 왕 또는 왕족 무덤으로 추정된다.
금동허리띠는 2~4세기 중국에서 제작돼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장신구이다.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금동허리띠는 무덤 주인의 허리에 착용 상태로 부장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허리띠는 가죽이나 천으로 된 띠에 금속 장식판과 드리개(매달아서 길게 늘어뜨리는 장식) 등을 붙여 만들었는데, 대성동 88호분에서는 금동으로 만든 끝장식판 1점과 드리개 3점이 출토됐다. 길이 8㎝의 끝장식판에는 권력자를 상징하는 용 2마리가 마주 보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돼 있다.
‘김해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는 금관가야 지배층의 권력을 상징하는 위세품이자 중국에서 수입된 선진 물품이어서, 당시 가야의 위상과 국제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가야 유물로는 드물게 출토지가 명확해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
김수환 경남도 학예연구사는 “경남 김해·함안·합천 등에서 발굴된 가야 유물 8건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됐지만 이것은 최근 일이고, 그동안 가야 유물에 대한 문화재 지정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야 관련 역사기록이 적어 문화재 지정가치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보존상태도 대부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는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계 유물이라서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당시 금관가야의 활발한 대외 교섭을 증명하는 것으로,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도는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서 출토된 아라가야 굽다리등잔의 경남도 유형문화재 지정을 예고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