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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남해까지 80분→10분만에 가는 해저터널 생길까

등록 2021-03-14 19:21수정 2021-03-15 02:46

4전5기 ‘여수~남해 해저터널’ 이번엔 성공할까?
전남 여수시 상암동(사진 위쪽)과 경남 남해군 서면(사진 아래쪽)을 연결하는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전남 여수시 상암동(사진 위쪽)과 경남 남해군 서면(사진 아래쪽)을 연결하는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좁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위해 전남도와 여수시, 경남도와 남해군이 다섯번째 재도전에 나섰다. 이 해저터널이 개통하면, 여수와 남해는 자동차로 10분이면 오갈 수 있는 진정한 이웃사촌이 된다.

1시간20분→10분 “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을 동시에”

지난달 26일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권오봉 여수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장충남 남해군수는 여수에서 만나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촉구 공동 건의문’에 서명했다. 여수와 남해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주철현(여수갑)·김회재(여수을)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하영제(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도 건의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서해~남해~동해안 유(U)자형 국도 연결을 위한 마침표 사업”이라며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2021~2025년) 계획에는 반드시 반영되어 건설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전남과 경남에서 추진하는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전남 여수시 상암동과 경남 남해군 서면을 연결하려는 것이다. 국도 77호선은 부산에서 남해안과 서해안의 해안을 따라서 북한의 개성까지 연결되는 도로인데, 남해안 구간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여수~남해 부분이다. 따라서 2021~2015년 추진할 도로건설 기본계획인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포함해달라는 게 이들 요청이다.

5.93㎞ 해저쌍굴…80분→10분 단축
동서화합·균형발전 명분 5번째 추진

길이는 해저 부분 4.2㎞와 육상 부분 1.73㎞ 등 5.93㎞다. 여기에 접속도로 1.37㎞를 합쳐, 전체 도로 길이는 7.3㎞다. 터널은 바다 밑 땅속에 2개의 굴을 나란히 파서, 남해 방향 2차로와 여수 방향 2차로를 각각 건설하는 ‘해저 쌍굴’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안에 설계하면 2029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비는 6312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여수에서 남해를 육지로 가려면 거리가 80㎞에 이르고 시간은 1시간20분가량 걸린다. 하지만 터널이 개통되면 거리는 10㎞, 시간은 10분 이내로 단축된다. 전남과 경남은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여수시와 남해군이 30분대 공동생활권이 가능해지며,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의 연간 관광객 4000만명과 남해 등 경남 서부권의 연간 관광객 3000만명이 연결돼 엄청난 관광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달 말 현재 여수시 인구는 28만213명인데, 인구증가율이 -0.86%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다. 65살 이상 고령인구비율은 17%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지난달 말 현재 인구 4만2794명인 남해군은 더욱 심각해, 인구증가율이 -1.13%에 이른다. 고령인구비율은 36%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여수시와 남해군은 두 지역을 최단거리로 연결해 관광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함께 되살아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한다. 남해군민들은 ‘남해~여수 해저터널건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지역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으로,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사는 균형발전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상징 사업”이라고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평가한다.

1998년 첫 구상…“낮은 경제성”에 번번이 좌초

여수-남해 연결은 20여년 전에 첫 구상이 제시된 뒤 네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려는 사업은 1998년 7월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남해안관광벨트 개발계획에 현수교로 여수와 남해를 연결하는 한려대교 건설사업을 포함하면서 시작됐다. 1999년 여수·진주·사천 상공회의소 공동건의, 남해군민 2만2225명 청와대 청원서 제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공동건의문 채택, 전남·경남지사 공동건의 등이 이어지면서 이 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권오봉 여수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충남 남해군수(왼쪽부터) 등은 지난달 26일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에 서명했다. 경남도 제공
권오봉 여수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충남 남해군수(왼쪽부터) 등은 지난달 26일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에 서명했다. 경남도 제공

하지만 2002년 3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토개발연구원이 진행한 당시 조사는 △2차로 현수교 △4차로 현수교 △바닷속 땅바닥 위에 터널 구조물을 설치하는 침매터널 방안을 두고 이뤄졌다. 땅속을 굴착해서 건설하는 해저터널은 검토하지 않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경제성 지표인 비용 대비 편익(B/C)이 2차로 현수교 0.84, 4차로 현수교 0.58, 침매터널 0.80으로 나왔다. 비용 대비 편익은 1.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고 이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2005년 11월엔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 2차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2002년 국토개발연구원 조사 때보다 더 나빴다. 4차로 현수교와 4차로 해저터널 등 두가지 방안을 검토됐는데, 비용 대비 편익이 각각 0.045, 0.108에 불과했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고려해 현수교 높이를 1차 조사 때보다 훨씬 높게 조정하고, 격감하는 인구변화 추세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경남연구원) 건설비용은 1차 조사 때에 견줘 2~3배 많게 나왔고, 경제성은 더욱더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3차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이 한국교통연구원에 기본계획수립용역을 맡기면서 이뤄졌다. 4차로 현수교와 쌍굴 해저터널 두가지 방안을 검토한 결과는 2013년 4월 나왔는데, 비용 대비 편익이 각각 0.14, 0.39로 2차 조사 때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경제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게다가 감사원으로부터 “타당성 낮은 사업에 기본계획수립 용역비로 1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4차 조사는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2016~2020년) 계획’ 수립을 위한 일괄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이뤄졌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해저터널에 견줘 3배가량 비용이 많이 드는 현수교를 제외하고, 쌍굴 해저터널만 검토했는데, 2016년 3월 나온 조사결과 비용 대비 편익은 0.33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경제성에 지역균형과 정책성까지 평가하는 종합점수도 0.439에 그쳤다. 결국 이 사업은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

낮은 경제성 때문에 모두 네차례나 실패한 이 사업은 지난해 다시 파란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2021~2025년) 계획’ 수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에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맡겨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데, 빠르면 다음달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결과에 따라 오는 7월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을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방식 개편 등에 기대감

이번 조사는 4차 조사 때처럼 쌍굴 해저터널만 대상으로 한다. 관광자원으로는 현수교가 해저터널보다 좋다. 하지만 여수와 남해 사이 바다의 최고수심이 35m에 이르고, 선박이 갈수록 대형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최소 85~100m 높이의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따라서 현수교 건설비용은 해저터널의 3배에 가까운 1조6000억원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남과 경남은 경제성이 낮은 현수교를 포기하고, 해저터널 건설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5차 조사에서 전남과 경남은 비용 대비 편익을 4차 조사 때보다 2배가량 높은 0.6 이상을 받아 종합점수 0.5를 넘긴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크게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사회간접자본사업 평가체계가 2019년 개편된 덕택이다. 2019년 이전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때 경제성 35~50%, 지역균형 25~35%, 정책성 25~40%의 비중으로 평가해 종합점수를 냈다. 하지만 2019년 개편 이후엔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 경제성 30~45%, 지역균형 30~40%, 정책성 25~40% 비중으로 평가해 종합점수를 낸다. 경제성 비중이 5%p 내려가고, 지역균형 비중이 5%p 높아진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이르면 다음달 발표
지역균형 비중 상향 등 변화에 기대감

비용 대비 편익이 0.6 이상 나와 종합점수 0.5를 넘기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변함없는데, 전남과 경남은 가능한 높은 점수를 받은 뒤 “경제성보다 남해안관광벨트 구축, 국토균형발전, 영호남을 잇는 실질적 동서 통합의 계기 마련을 위해 이 사업을 정책적으로 ‘제5차 국도·국지도 5개선 계획’에 반영할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동시에 경제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제출하고, 서명운동 등 지역주민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만약 또다시 경제성 부족으로 ‘국도·국지도 5개선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경남도 전략사업과 담당자는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은 국가 균형발전과 동서 통합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 높은 국가 선도사업이자,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필수 핵심사업이다. 경제성만 따진다면 비수도권에서 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사업은 거의 없을 것이고,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골에선 더욱 그렇다. 따라서 경제성 논리보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광역발전을 위한 국가 주도사업으로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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