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예비후보가 ,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춘 예비후보가 ‘예선’을 통과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빼면, 9일 현재 6명의 예비후보가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려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 등 진보적 가치를 위해 20여년 동안 거리에서 행동하는 정치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표를 던진 노정현(43) 진보당 예비후보를 일컫는 말이다.
노 예비후보는 2002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지역 곳곳에서 풀뿌리 진보정치 운동을 펼쳐왔다. 2009년에는 주민복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민주노동당 연제구의회 의원으로 일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당선한 재선 기초의원이었다. 기초의원으로 일하면서 탈핵에너지전환 부산 기초의원모임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2016년 겨울, 그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 시국대회’에서 사회자로 나섰다. 당시 서울을 빼고 매일 탄핵 촛불 집회가 열렸던 곳은 부산이 유일했다. 그는 “한겨울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준엄하게 촛불을 든 시민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야도 부산의 힘을 확인했다. 시민이 바라는 새 사회를 만드는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진보당 부산광역시당 위원장인 노 예비후보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부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정치 리더십의 부재다. 부산의 발전 가능성과 시민 역동성을 낡은 정치체제와 정치리더십의 부재가 가로막아 왔다. 무책임한 여야 거대 양당체제를 걷어내고, 시민 주권이 실현되는 부산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출마선언은 실현될 수 있을까.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노정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시민들이 왜 노정현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부산항에 미군 세균실험실이 설치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정부도 부산시도 마땅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부산시민들께서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나선 결과가 20만명에 육박하는 주민투표 요구서명이다. 이 정도면 거의 민란 수준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여전히 이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부산시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시민들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를 꼽자면?
“시민의 명령인 주민투표를 취임 즉시 시행해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을 폐쇄하겠다. 또 ‘경제’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시정철학으로 삼아 경제부시장을 노동부시장으로 직제를 개편해 노동자들이 직접 시정에 참여해 권한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부산형’ 생활임금제도 도입 등으로 노동자가 행복한 부산을 만들겠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취임 즉시 전 시민 재난지원금 10만원을 편성하겠다. 피해규모에 맞는 전폭적인 지원과 특수고용노동자 소득감소를 보전하겠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성급하고 일방적인 신공항 특별법은 결국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기억해야 한다. 예타는 부실한 타당성 조사 때문에 무리한 사업이 추진된 사례가 많아서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런 큰 사업일수록 예비 타당성 조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과거 4대강 사업을 예타를 면제하며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적폐로 규정했던 여당이 신공항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2019년 이전 감소추세였던 김해공항 항공수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정책 방향, 기후위기로 신공항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택배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을 하고 있다. 노정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 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친수공간 위주의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던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고층건물의 난립으로 해양 조망권을 독점하고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문제 제기와 상업시설 허가 등 난개발 논란이 있었던 1단계 사업의 착오를 바로잡기 위해 부산시가 직접 뛰어든 취지를 잘 살려서 진행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재개발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에 재투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부산시 방향에 동의한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촛불 혁명을 통해 확인된 국민의 열망은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이었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정부·여당이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어 분열과 갈등이 심화하였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통해 이러한 갈등은 치유되고 통합적 리더십도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부산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노정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노 예비후보는 지역의 낡은 정치체제를 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촛불 항쟁까지 부산시민들은 역사의 변화에 늘 주인답게 나섰다. 하지만 부산의 발전은 정체돼 있다. 이는 낡은 정치체제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힘차게 말했다. “‘행정가의 선의와 유력 정치인의 약속’에 대한 기대는 정치로는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없습니다. 주권자인 시민 여러분의 뜻이 행정을 좌우하고 통제하는 시민주권시대를 활짝 열겠습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정현 예비후보 캠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