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우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이 25일 경남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국내에서도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가 나왔으나, 대응 규범이나 규정이 없어 방역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도는 25일 “진주국제기도원 관련 역학조사 과정에서 지난 21일 확진자의 반려동물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는 국내에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확인 첫 사례”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또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없으며, 전파 가능성도 작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가는 것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1일 진주국제기도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25일까지 이 시설 관련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100여명에 이른다. 경남도는 지난 11일 진주국제기도원을 폐쇄했다. 당시 기도원엔 32명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2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기도원엔 방문자들이 먹이를 주며 돌보는 어미 1마리와 새끼 2마리로 이뤄진 고양이 가족이 있었는데, 방역당국은 기도원을 폐쇄한 뒤 이 고양이들을 포획해 민간 보호시설에 맡겼다. 기도원 폐쇄 이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문손잡이, 텔레비전 리모컨 등 기도원 내부 곳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고양이 가족을 검사했는데, 새끼 1마리가 이날 저녁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새끼 고양이는 재채기 외에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새끼 고양이가 기도원에서 서식하는 동안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양성 판정을 받은 새끼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맡겨 격리상태로 관찰하고 있으며,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치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이 고양이들을 잡은 사람 등 기도원 폐쇄 이후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 다섯명을 검사해, 모두 음성인 것을 확인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동물 감염 관련 국내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미국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은 동물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확진일로부터 14일 동안 격리해서 관찰하고, 14일 이후 재검사한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새끼 고양이가 양성 판정을 받고 14일이 지난 다음달 3일 재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격리 해제할 방침이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아직은 코로나19 동물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고양이 감염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의 지휘를 받아 처리하고 있으나, 양성 판정을 받은 고양이와 고양이 접촉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앞으로 발생할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동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서둘러 지침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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