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의 선사 관계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걸프해역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유조선 ‘한국케미호’(1만7426t급)의 선사 디엠쉬핑과 선박 관리회사 타이쿤쉬핑은 5일 부산 해운대구 사무실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5일 선사 쪽 말을 들어보면, 한국케미호는 지난 3일 오전 11시께(한국시각)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싣고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로 향했다. 이 선박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과 미얀마 11명, 인도네시아 2명, 베트남 2명 등 20명이 승선했다.
지난 4일 오후 3시15분께 공해를 지나던 한국케미호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영해를 침범했다. 배를 조사하겠다”고 연락했다. 오후 3시30분께 이란 혁명수비대가 배에 올랐고, 선원 모두를 갑판 위에 모았다. 이란 군인들은 한국인 선장한테 “항구에 가서 조사해야 한다”며 배 운항 방향을 이란 영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이란 군인들은 총을 들고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선장은 "공해 상이다. 문제가 없다"고 항의하자, 이란 군인들은 “상습적 해양환경오염을 했다. 조사받아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국적 선박이 이날 걸프해역에서 촬영된 모습. 걸프만/로이터 연합뉴스
오후 4시께 배는 이란 영해 쪽으로 이동했고, 선장 등 선원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오후 4시31분께 이 배에 설치된 해적 방비 경보시스템(SAS)이 울렸다. 선박 관리회사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선장이 경보시스템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사 쪽은 한국케미호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으로 배가 이란 항구 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폐회로텔레비전은 지난 4일 밤 9시께 꺼졌다.
선박 관리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등과 1년 계약을 맺어 자주 운항한 뱃길이다. 4개월 전 이곳을 지나갈 때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이번에도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확인해보니, 정상 항로를 따라 운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배는 선체 구조로 화물이나 연료가 해상으로 유출될 수 없다. 선원과 선박 등 상태 확인을 위해 선주 상호보험에 현지 조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란에 한국케미호 선원 조기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4400t급)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나포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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