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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억짜리 팔공산 구름다리, 4년 갈등 끝에 결국 백지화

등록 2020-12-22 15:11수정 2020-12-23 02:44

시민단체 “경관과 환경 훼손” 반대
대구시 “불가피하게 사업 철회 결정”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2일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어 구름다리 설치사업을 철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구시 제공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2일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어 구름다리 설치사업을 철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구시 제공

180억원짜리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2일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어 구름다리 설치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대구시의 노력에도 조계종에서 사업 철회 입장에 변화가 없고, 조계종 소유 부지 매입 또는 사용승인 없이는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사업부지 확보 없이 공사절차 진행 시 사업비가 추가로 투입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사업 철회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2016년 3월 대구관광종합발전계획을 세우며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를 처음 구상했다.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역이 있는 신림봉(820m)과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1193m) 아래에 있는 낙타봉(917m)을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길이 320m·너비 2m)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2017년 5월 구름다리 설치 기본 실시설계 용역을 시작했지만, 시민단체 반발로 중단됐다. 경관과 환경이 훼손되고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하지만 대구시는 이후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사업을 재추진해 지난 10월 기본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대구시는 지난달 24일 공사 입찰 공고도 냈다. 그런데 대한불교 조계종이 지난 8일 “스님들의 수행 환경이 저해된다”며 대구시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후 구름다리 설치에 찬성하는 팔공산 상가연합회는 동화사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또 대구시는 조계종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전국 20대 명산에 꼽히는 팔공산에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가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에 반대해온 9개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어 대구시의 사업 철회를 환영했다. 이들은 “구름다리 사업은 지역의 명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는 행정 철학의 부재”라며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민·관·학계 공동협의체를 마련하고 지역의 명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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