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근처 도로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희망차량들’이 줄을 섰다.
‘희망버스’가 9년 만에 다시 달렸다.
지난 19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 모인 희망차량 420여대는 한목소리로 해고 노동자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외쳤다. 주최 쪽은 21일부터 연말까지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하고 촛불집회를 연다.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한진중 영도조선소 들머리 맞은편에서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를 열었다. 행사에는 서울·수원·대전 등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출발한 승용·승합차 등 420여대(경찰 추산 150여대)가 참여했다. 차들은 보닛에 ‘해고 없는 세상!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이라는 펼침막을 씌웠다. 50명 이상 모임을 제한한 방역 수칙에 따라 희망차량은 국립해양박물관과 태종대에서 각각 49대씩 한진중 영도조선소 쪽으로 여러 차례 나눠 출발했다.
희망버스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비대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했다. 영도조선소 앞 천막농성장에 있던 한진중 노조원 등 30여명은 차들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희망차량은 경적을 울려 답했다. 생명 평화 운동에 앞장서온 문정현 신부는 “김진숙의 복직이 촛불 정권의 새 시작이 될 것이다. 그의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35년에 이르는 김 지도위원의 해고 기간을 상징하는 ‘35 타종 행사’도 이어졌다. 그의 복직을 바라는 참가자 35명이 길이 5m가량의 통나무를 들고 굳게 닫힌 영도조선소 철문을 35차례 두드렸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영상편지에서 “9년 전 희망버스와 조합원들의 힘으로 크레인에서 웃으면서 내려왔듯이, (이번에도) 웃으면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진중 쪽은 복직에 부정적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입사는 당장 가능하지만, 임금·퇴직금 지급에서 법적으로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 법무팀 등을 통해 다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단은 21일부터 31일까지는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 삼보일배, 촛불집회 등 ‘11일 행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민주노총 부산본부 2기 지도위원으로서 김 지도위원이 해고되고 투쟁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직접 바로잡아 달라”고 말했다.
이달 말 정년을 맞는 김 지도위원은 1987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안내글을 배포했다가 그해 7월 해고됐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11월까지 309일 동안 한진중의 구조조정에 맞서 영도조선소 안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해 전국에서 1만여명이 1~6차에 걸쳐 희망버스를 타고 와 응원했다. 그는 최근 암이 재발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19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희망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19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들머리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해고 기간 35년을 상징하는 ‘35 타종 행사’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