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 전경.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제공
울산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에 있는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이 공장 주차장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파란색 천막 40여동이 서 있다. 지난달 4일 회사 쪽이 이 공장 노동자 390여명 가운데 356명(노조원 355명)을 정리해고하자, 노조가 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회사가 노동자 90%를 해고해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고, 노조는 농성과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으로 맞선 지 50일째(23일 현재)를 맞는 이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이 공장엔 사무·생산직 노동자(비정규직 포함) 630여명이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3~9월 사이 240여명이 계약만료·희망퇴직·정년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어서 지난달 4일 356명이 정리해고돼 35명가량만 남은 셈이다. 이마저도 20여명은 산재·육아휴직 중이거나 퇴직 예정자들이라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박재우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장은 “회사 쪽이 조합원 위주로 대부분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해 저임금의 최소 규모 생산체계로 갈아치우려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무관한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말했다.
박재우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장(가운데)이 지난 20일 농성장을 지원 방문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간부들과 함께 회사 쪽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결의를 다졌다. 박 지회장 등 대우버스지회 간부들은 조합원들에 앞서 지난 5월18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신동명 기자
노조 쪽은 회사가 지난 3월 면담에서 적자누적 등을 이유로 ‘올해 12월 말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국외법인 중 베트남공장에서 버스를 생산해 국내에 역수입·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더니, 이후 4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8대에서 6대로 줄이고, 국내 고객사가 이미 발주한 558대 중 208대를 베트남공장 생산차량으로 계약을 변경하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부품을 베트남공장에 반출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5월 본사 관할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7월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합의 없이 부품 국외반출, 울산공장 수주·생산 전면중단, 국외공장 생산 버스의 국내 역수입·판매 등을 모두 금지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회사 쪽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전에 노조와 한 면담에서 ‘울산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대신 고급·소형버스 위주로 최소한의 물량만 생산하겠다’며 구조조정안을 통보했다고 한다. 전체 인력을 퇴사시킨 뒤 1차로 150명가량을 다시 채용하고, 이후 생산물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퇴직 인력을 재고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재고용 뒤 급여는 기존보다 40% 낮게 제시됐다.
지난 9월 노조는 ‘전 직원 퇴사 뒤 임금 삭감’ 조건의 단계적 재고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 유지를 전제로 전환배치 협조, 노동시간 단축과 3분의 1씩 순환휴직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회사에 의해 거부됐다. 회사는 지난 6월15~19일에 이어 7월~8월 두달 휴업하며 세차례 희망퇴직을 공고한 뒤 10월4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조는 “올해 1~3월 국내 버스업계 평균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지만 우리 공장은 12.5% 늘었다”며 “코로나19로 국가적인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를 기회로 인건비가 싼 베트남공장으로 이전하려다 난관에 부닥치자 저임금의 최소 규모 생산체계로 바꾸려 하며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코로나19로 국내 버스시장 매출이 줄어 생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장 재가동을 위해선 인원 정리가 불가피한데도 노조가 수용을 거부해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한겨레>는 회사 쪽과 접촉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이 회사 쪽의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울산시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제공
자일대우상용차는 신진자동차공업, 대우버스 등의 이름으로 65년 역사를 이어온 국내 최초 버스제조업체다. 2003년 영안모자가 경영권을 인수해 2006년 울산공장을 지은 뒤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부산공장 생산설비와 인력을 옮겨와 통합했다. 노조는 영안모자 인수 뒤 공장 터 등 자산매각을 통해 607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360억원의 누적 영업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이 회사 지분은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17.7%)과 세 아들 정수·병수·승수씨(각 27.4%)가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26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올렸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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