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 자금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부산시가 도입한 지역 화폐 ‘동백전’의 캐시백(사용 금액의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것)이 17일부터 연말까지 중단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소요 예산 예측에 허점을 드러낸 탓이다. 시민단체들은 정교한 지역 화폐 설계를 통해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15일 “동백전 캐시백 예산이 조기 소진돼 17일 0시부터 12월31일까지 캐시백 지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적립한 캐시백은 이전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예산 사정에 따라 17일 이전이라도 캐시백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캐시백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동백전 충전금 잔액은 동백전 애플리케이션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다. 캐시백은 예산이 배정되는 내년 1월부터 다시 이뤄질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31일 지역 화폐인 동백전을 출시했다. 동백전으로 주민들의 소비를 끌어내고, 중소상인에게 혜택을 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지역의 호응은 컸다. 동백전은 출시 넉달여 만인 지난 4월 발행 목표액인 3천억원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누적 발행액 1조2천억원에, 가입자는 87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동백전이 급성장한 것은 사용 금액의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캐시백 덕분이다. 부산시는 애초 정부가 지원하는 4%에 자체 예산을 보태 사용 금액의 최대 10%까지 캐시백 방식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1월까지 부산시는 월 100만원의 지급 한도 안에서 사용 금액의 10%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줬다. 2월부터는 캐시백 비율을 6%로 낮추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타격을 받은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6월까지 10%를 되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5월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동백전 활성화 근본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문제는 부족한 예산이었다. 늘어난 수요를 예산이 맞출 수 없었다. 부산시는 캐시백 소요 금액이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자 5월 캐시백 지급 한도와 비율을 각각 월 50만원과 6%로 낮췄다. 궁여지책이었다. 부산시는 100억원의 긴급 추가 예산을 편성했지만 7월부터 다시 사용 금액 10만원 이하 10%, 10만~50만원은 5%로 캐시백 비율을 더 줄였다. 혜택이 줄자 동백전 가입자와 발행액, 사용액도 일제히 급감했다. 결국 추가 예산마저 소진되면서 17일부터 캐시백이 중단되는 사태에 처한 것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좀 더 정교한 예산 설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역경제 순환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용자에게 단순히 인센티브(캐시백)를 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동백전 제도를 시행한 결과, 예산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등 시민단체는 이전부터 지역 소상공인을 되살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운영대책 마련을 부산시에 요구해왔다. 이들은 지역 자본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지역 화폐 공공성 담보정책이 동백전 제도 개편에 담겨야 한다고 했다.
이윤재 부산시 민생노동정책관은 “내년에는 신규 예산 확보와 사업자 재선정 등을 통해 다양한 기능과 혜택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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