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천 경북경찰청 교통과장이 9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큰마루에서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 제작·유통업자 검거 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운전대를 아예 놓고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을 만들어 판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에서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지천 경북지방경찰청 교통과장은 9일 오전 11시 경북지방경찰청 큰마루에서 브리핑을 열어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모두 5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사람들 가운데 1명은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을 제작업자, 1명은 유통업자, 50명은 일반인의 차량에 이를 장착해준 자동차정비업자들이다. 경찰은 대구의 유통업자 사무실과 대전의 제작업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판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이 4031개(시가 6억원 상당·개당 15만원)나 되는 것을 확인했다.
자율주행차는 1~5단계로 나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1~2단계까지만 상용화가 돼 있다. 1단계는 운전자 보조, 2단계는 부분 자동화,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 4단계는 고도 자동화, 5단계는 완전 자동화다. 2단계 자율주행차에는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이 있지만 운전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다. 만일 운전자가 일정 시간(15초)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고 이후에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꺼진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을 만들어 운전자들이 아예 손에서 운전대를 놓고 운전이 가능케 했다. 불법 자율주행 유지모듈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는데도 마치 잡고 있는 것처럼 전기·전자 신호를 발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되면 운전대를 놓고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돌발 상황에는 속수무책이다.
정 과장은 “유지모듈이 아니더라도 최근 물병, 무게추, 중량밴드 등을 달고 운전대를 잡지 않고 운행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자율주행 기능은 단지 운전자의 편의를 위반 보조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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