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경찰과 119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새벽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환경미화원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난해 낮 근무 원칙이라는 지침을 만들고 법까지 개정했지만, 예외조항을 둔 탓에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6일 “새벽 3시43분께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역 앞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베엠베(BMW) 승용차가 앞서가던 수성구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을 들이받아 이 차량 뒤에 타고 있던 40대 환경미화원이 숨졌다”고 밝혔다. 베엠베 승용차를 몰던 30대 여성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 여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고는 정부가 지침을 만들고 국회가 법과 시행규칙까지 고쳤는데도 일어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야간과 새벽 작업을 낮으로 바꾸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국회도 지난해 4월과 12월 폐기물관리법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 지침을 넣었다. 하지만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주민 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가 조례 재개정을 통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2015년부터 2017년 동안 작업 도중 당한 사고 탓에 다치거나 숨진 환경미화원은 1822명(사망 18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예외조항을 들어 환경미화원의 낮 작업 전환에 소극적이다. 지난 6월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미화원의 작업안전 지침 준수 여부를 묻는 물음에 “미진해 죄송하다”며 “주간작업, 3인1조 작업을 일률적으로 하는 게 현장과 안 맞는 부분이 있어 예외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예외조항을 엄격히 한정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예외조항을 일상적으로 적용한다면 제도와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예외조항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년 수성구의원(정의당)도 “환경미화원 작업안전지침이 잘 지켜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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