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한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가창댐 아래 용계체육공원 벽에 적힌 글귀다. 벽 앞에는 준공을 앞둔 위령탑(사진) 하나가 세워져 있다. 1946년 대구 10월항쟁 때부터 1950년 한국전쟁 전후까지 학살된 이들의 넋을 달래는 위령탑이다. 지금껏 대구에는 10월항쟁과 관련한 어떤 추모시설도 없었는데, 74년 만에 위령탑 하나가 세워져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앞서 김혜정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로 2016년 8월 ‘대구시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고, 이후 유족들의 건의에 따라 지난 3월 위령탑 공사가 시작됐다. 위령탑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 3월 진실규명을 통해 확인한 희생자 155명과 10월항쟁 유족회가 정리한 희생자 573명 등 728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채영희 10월항쟁 유족회장은 “아주 작지만 74년 만에 위령탑이라도 만들어져서 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진상규명 등 해나갈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앞으로 매년 10월1일 위령탑 앞에서 위령제를 지낼 계획이다.
대구 10월항쟁은 해방 뒤 미 군정이 친일 관리를 고용해 강압적인 식량 공출에 나서자 민간인과 일부 좌익세력이 들고 일어나 경찰과 행정당국에 맞선 사건이다. 1948년 제주 4·3항쟁이나 여순사건보다 규모가 컸지만, 진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에서 10월1일 시작된 저항은 그해 12월 중순까지 남한 전역 73개 시·군으로 번졌다. 이후 1950년에도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과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대구 달성군 가창골과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 등에서 수많은 사람이 학살됐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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