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동남권 광역교통망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81년 분리된 대구와 경북이 이르면 2022년 7월 다시 하나로 합치고, 이어 광주와 전남도 통합할 수 있다. 애초 한 몸이던 부산·울산·경남은 ‘한지붕 세가족’ 형태의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탄생한 지 8년밖에 되지 않은 세종시는 대전과 통합이 거론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합종연횡을 통한 몸집 불리기 논의가 한창이다.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고, 생존권을 지키려는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저마다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완전한 통합 또는 연합체라는 형태로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통합을 통해 완전히 하나가 되려는 경우는 대구·경북이 대표적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해 12월29일 대구경북연구원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연구단’을 만들었다. 서로 분리된 지 40년 만에 통합 논의의 첫발을 뗀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대구가 1981년 7월1일 경상북도 대구시에서 대구직할시로 승격하며 분리됐다.
연구단은 갈수록 깊어지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 때문에 벌어지는 산업 경쟁력 약화와 지역경제 위축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단은 지난 4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건설을 뼈대로 한 ‘대구경북행정통합 기본구상안’을 내놨다. 구상안을 보면 통합은 공론화위원회 운영→주민투표→대구경북행정통합 특별법안 마련→특별법 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어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지사를 뽑아, 7월1일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다.
그러나 통합의 ‘그늘’도 있다. 통합이 인구감소 탓에 소멸 위험에 맞닥뜨린 경북 북부지역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경북도청은 2016년 초 낙후한 경북 북부지역 개발 등을 명분으로 내걸며 안동으로 이전한 바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통합 논의는 지난달 시작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보통신의 발달과 도시 광역화 추세를 고려할 때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한 뒤 통합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지역 여론은 통합 찬성 쪽에 가깝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은 이미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 통합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행정통합은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자치권이 확보돼야 한다”라며 “완전한 행정통합이 어렵다면 전북까지 포함한 메가시티 경제통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대전·세종의 통합 논의도 꿈틀거린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7월23일 “대전과 세종이 통합하면 인구 200만명 이상의 광역도시를 이뤄 행정수도의 기반이 되고 국가균형발전의 축이 될 것”이라고 통합을 제안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현안이다. 세종과 대전은 경제·생활권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라고 호응했다.
부산·울산·경남은 통합보다는 연합을 추진한다. 부산·울산·경남은 지난 3월10일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맡은 부산·울산·경남연구원은 인구 800만명이 넘는 동남권이 대한민국 제2 발전축이 되려면 세 지역이 생활·경제·문화·행정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내놨다. 지난달 14일 공동연구 1차 중간보고회에서 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동남권특별연합’ 설치를 제안했다. 특별연합은 각 지자체와 별도의 의회를 구성하고, 특별연합장도 뽑을 수 있다. 최우선 사업으로는 광역교통망 확충을 꼽았다. 세 지역을 1시간 이내의 동일 생활권으로 묶자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제·사회·문화의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지속되면 국가와 지방의 미래는 없다”라며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역주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통일 이후를 내다본다. 강원도는 휴전선 너머 북쪽 강원도와 교류 협력하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뉜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라며 “평화특별자치도는 강원도의 특수성을 살려 한반도 평화를 제도화하고 북방시대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지난달 6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렸다. 경북도 제공
■ “지방에 세원을”, “미래세대 선택할 환경 조성”
전문가들은 통합 논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초의수(신라대 교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지역끼리 경쟁보다는 연계, 협력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더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지방자치를 하려면 발전을 이끌 거점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들의 통합 움직임은 이런 필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식의 통합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통합이 되도록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의 자립도를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세원 확보도 고민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민원(광주대 교수)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되려면 지방에 결정권과 세원을 줘서 권한을 분산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나주몽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도권은 청년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며 “행정통합을 통해 미래 세대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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