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부산 만덕동 주민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하고 나선 ’숨터 카페’. 카페 주인은 “무료 커피 제공 기간의 연장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청 제공
‘공짜로 드시고 힘내세요!’
29일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카페에 내걸린 펼침막에는 커피를 거저 준다고 적혀 있었다. 전국 최초 동 단위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된 뒤 고통을 겪는 부산 북구 만덕동 주민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펼침막은 지난 26일부터 걸렸다. 부산시는 9월 이후 만덕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0여명 이상 발생하자 지난 2일부터 이곳을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했다. 전국 최초 동 단위 코로나19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애초 15일까지이던 특별방역구역 지정 기간은 지난 14일 이 곳에 있는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52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29일까지 연장됐다.
카페 주인 형재우(55)씨는 상권이 무너지고 주민의 고통이 심해지자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알렸다. 형씨는 “만덕동 상인과 주민이 힘들다는 소식을 접하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페이스북에 커피 무료 제공을 알렸다. 소문이 나서 제법 손님들이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6~28일 동안 4500~5000원짜리 커피 250여잔을 무료로 드렸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북구 새마을방역단이 만덕동 일대를 돌며 방역하고 있다. 부산 북구청 제공
형씨는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5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에도 하루 300잔 이상씩 커피가 팔렸는데,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집단으로 확진자가 나온 뒤 하루 10잔 정도만 팔렸다. 매출이 30분의 1로 뚝 떨어진 것이다. 형씨는 직원 9명을 휴가 보내야 했다.
고통스럽기는 가게 주인들 뿐 아니라 만덕동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만덕동과 접한 덕천동의 한 가게는 ‘만덕동에 사시는 주민은 출입을 제한합니다. 만약 출입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습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대리 운전기사들도 만덕동으로 가길 꺼렸다. 만덕동에는 ‘코로나19 확산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급기야 만덕동 출신 노기섭 부산시 의원은 지난 16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만덕동 주민에 대한 낙인찍기를 자제해 달라”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부산 북구 만덕동엔 주민을 격려하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부산 북구청 제공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여러 곳에서 관심과 도움이 모이기 시작했다. 기술보증기금 노사는 지난 27일 만덕동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비접촉식 체온계와 마스크를 지원했다. 아울러 지역 식당에서 산 한 음식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전달하고 주간 보호센터를 찾아 방역 봉사활동을 했다.
만덕동이 속한 북구의 정명희 청장과 직원들은 만덕동 식당 이용하기에 나섰다. 한 북구청 직원은 “이번 주 일부러 두 차례 동료와 차를 타고 10여분 거리의 만덕동 식당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북구의 13개 새마을방역단은 26일 만덕동 일대에서 합동방역을 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2일부터 만덕동의 식당을 이용하면 마스크를 지급한다. 영수증을 들고 만덕2동주민센터에 가면 마스크를 받을 수 있다. 만덕동 주민들도 자신을 격려하며 힘을 냈다. 만덕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멋진 사람들의 만덕동, 사랑합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등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만덕동은 30일 0시,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특별방역구역에서 해제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