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산시·경남도 의원 등으로 꾸려진 조합 위원들이 질의하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50대50으로 출자해 운용하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휘청거리고 있다. 청장 음해 소문과 소문 진원지 색출령, 직원들의 인사위 결정 반발 등 불미스런 일이 잇따르더니 청장이 국무조정실 감찰을 받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조직 내 불협화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경남도로 갈라서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한지붕 두가족’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자유구역청)은 동남권을 ’세계 최고 물류·비즈니스 중심 경제특구’로 조성하겠다며 2004년 3월 개청했다. 외국인투자기업에 지방세 등 세금을 감면하고 토지매입비와 토지임대료를 일부 돌려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고 기업유치에 나섰다.
자유구역청은 2006년 8월 화전지구 착공을 시작으로 부산 강서구·경남 창원시 진해구 51.1㎢에 국비 8376억원과 지방비 6483억원, 민간자본 16조550억원 등 모두 17조5409억원을 들여 5개 지역, 23개 지구를 개발했거나 개발 추진 중이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기업 136개를 포함해 1652개 사업체 4만2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개청 이후 지난달 말까지 3조7323억원의 외국자본도 유치했다. 2015~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성과평가에서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청 가운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는 최고등급인 에스(S)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과에도 조직은 불안정한 상태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각 50%를 투자해 만든 조합 형식이기 때문이다.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청장(1급)은 3년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번갈아 추천하고, 100여명의 직원은 부산시와 경남도에서 절반씩 파견한다. 전국 9곳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광양만권과 대구·경북도 두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조합 형식이지만, 한쪽으로 지분이 쏠려 있어 상황이 다르다.
이질적인 두 조직을 아우르기 위해 두 조직의 직원을 같은 부서에 고루 배치하거나, 부산시와 경남도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운영해왔지만 유기적인 결합에는 한계를 보였다. 문제는 지난 7월 불거졌다. 경남도 추천으로 지난해 3월 취임한 하승철 청장이 이례적으로 부산시 소속 간부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부산시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하 청장이 개발업체 관계자와 골프를 쳤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졌고, 이에 하 청장은 소문의 발설자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조사팀은 10여명을 만나 1대1 대면조사를 했다.
■ 잇따른 잡음에 갈등 증폭
누가 골프 관련 소문을 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 직원은 “개발업체 관계자가 사업이 무산되고 민원 해결이 되지 않자 구역청을 찾아와 ‘산업통상자원부·경남도·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와 골프를 치며 공을 들였는데 무산됐다’는 식으로 말했다”라고 했다. 반면 개발업체 관계자는 “법인카드가 없었고 120타를 기록할 정도로 잘 치지 못하는데 골프 접대가 가능한가”라며 부인했다.
청장 지시로 이뤄진 대면조사 후유증은 컸다. 조사를 받은 한 직원은 “조직을 걱정하는 마음에 무심코 한 말을 문제 삼아 죄인 다루듯이 조사를 하니 불쾌했다. 누군가 나를 밀고했다고 생각하니 농담도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조사를 받지 않은 직원은 “누군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진실을 밝혀야겠지만 공개 색출하겠다는 식으로 조사하는 방식은 조직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직원 사이 불신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청장은 “현안 설명을 위해 찾아온 민간 개발업체 관계자를 청사 안에서 두 차례 만났을 뿐 사적인 만남을 한 적이 없는데 누군가 나를 음해하려고 악의적 소문을 퍼트렸다고 생각했다. 처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공개 조사를 지시했다. 개발업체 관계자도 조사하려고 했지만 민간인이어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외부인사가 포함된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직원들이 단체로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사위는 지난 16일 한 임기제 간부와의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는데, 사흘 뒤 이 간부의 부하직원 8명이 청장실을 찾아가 인사위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직원은 “애로사항을 건의하기 위해 갔는데 일부가 임기제 간부의 임용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해 놀랐다”고 털어놨다. 기강해이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지난달 14~16일에는 국무조정실 감사팀이 자유구역청을 찾아 업무추진비와 인허가 관련한 서류, 직원들과 인허가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개인 일정을 이유로 조사를 미뤘던 하 청장도 지난달 17일 세종시에 있는 국무조정실을 찾아가 조사를 받았다. 국무조정실 감사는 누군가의 투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청장은 지난 27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감사 내용을 밝히라”는 부산시와 경남도 의원들의 요청에 “감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결과를 기다려달라. 감사 처분 결과에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무조정실의 감사보고서를 참조해서 재조사를 한 뒤 처분 결과를 관련 자치단체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2004년 3월 개청했다.
잇따른 악재와 갈등 속에 조직운영 방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해법마저 부산과 경남이 엇갈린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파견된 부산시 간부들은 “50대50 지분 형식의 조직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신속한 업무 추진을 위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둘로 쪼개는 게 낫다. 쪼개지 않는다면 두 지역이 자기 행정구역을 관리하는 지역본부로 복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남도 쪽 인사인 하 청장은 “지역본부체계보다는 기능에 따라 두 지역 공무원이 섞이는 조직이 바람직하다. 또 청장에게 징계권 등의 실질적인 인사권한을 주지 않으면 누가 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온전한 리더십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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