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 시민단체가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 생화학 실험 의혹과 관련해 해당 시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요구 서명운동에 들어간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의 시민단체가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 생화학 실험 의혹과 관련해 해당 시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요구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100여개 부산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주도로 생화학 실험 시설 폐쇄 찬반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추진위의 말을 들어보면, 주한미군은 2017년 11월, 2018년 10월, 지난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 보툴리눔 톡소이드 등 생화학물질 시료를 부산항 8부두 등 주한미군 기지 4곳에 들여왔다. 반입된 시료는 해마다 양이 늘어났는데, 이는 미군의 세균무기 실험이 확대된 정황이라고 추진위는 주장한다.
추진위는 지난달부터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기로 하고, 부산시에 주민투표 수용을 요구해왔다. 부산시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질의했더니 이 사안이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라서 주민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군 세균무기 실험실 폐쇄 문제는 국가 사무여서 주민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법에는 ‘국가 또는 다른 자치단체 사무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에 추진위는 민간주도 주민투표에 나섰다. 추진위는 ‘부산시 주민투표조례’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부산 전체 유권자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15만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부산시와 정부에 부산항 8부두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의혹 관련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진위가 부산시 주민투표조례의 주민투표 성립 최소 요건인 15만명의 서명을 받아도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할 수는 없다. 국가 사무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상위법인 주민투표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하려면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해서 ‘미군 세균실험실 문제가 주민의 삶과 직결된 것이어서 자치단체 사무’라는 유권해석을 받으면 가능하다.
오미선 부산8부두 미군세균전부대추방 남구대책위 공동대표는 “부산시의 무책임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부산시민이 직접 나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존폐를 묻는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2016년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에 주피터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지난해 센토로 이름을 바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12월 현장 설명회를 열어 센토가 검증 완료된 생화학 위협 조기경보 방어체계라고 주장했다. 추진위 등은 생화학 실험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