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1일 대구 동구 용수동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역에 케이블카가 들어오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 양대 명산인 팔공산과 비슬산에 각각 구름다리와 케이블카 건설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와 대구 달성군은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예산 낭비라며 맞서고 있다.
대구시는 140억원을 들여 팔공산 신림봉(해발 820m)~낙타봉(해발 917m) 구간에 구름다리(길이 320m·폭 2m)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림봉은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역이 있는 봉우리인데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해발 1192m) 바로 아래에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16년 3~10월 팔공산 구름다리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했다. 이어 지난 2017년 5월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성 검토용역과 경관심의 등도 모두 마쳤다. 대구시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끝나는 내년 구름다리를 착공해 2022년 준공할 계획이다.
대구 달성군은 310억원을 들여 비슬산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해발 405m)~대견봉(해발 1021m) 구간에 케이블카(길이 1.831㎞)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간에는 이미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케이블카 건설을 위해 달성군은 2016년 9월~2017년 12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쳤다. 이어 지난 1월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하고 있다. 달성군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등도 준비하고 있다. 달성군도 내년 케이블카를 착공해 2022년 준공할 계획이다. 비슬산에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면 팔공산과 앞산에 이어 대구의 케이블카는 모두 3개로 늘어난다.
2014년 1월8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양리 비슬산 대견봉 근처 대견사 뒤로 참꽃이 가득 피어 있다. 달성군 제공
시민사회단체는 팔공산 구름다리와 비슬산 케이블카 건설에 반대하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팔공산에는 이미 케이블카가 있는데 140억원을 들여 구름다리까지 놓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등산로를 생태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슬산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구간에는 이미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다니고 있어 케이블카는 불필요하다. 수요 예측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고 케이블카를 만들면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달성군이 건축사사무소에 맡겨 지난 2017년 12월 작성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에는 비슬산 케이블카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팔공산 케이블카의 지난해 연간 이용객은 33만3197명이다.
대구시와 달성군은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꼭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문영 대구시 관광개발팀장은 “대구는 지금까지 도심을 중심으로 관광이 활성화돼있는데 팔공산 등 외곽지역에도 광광 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팔공산을 찾는 사람도 많아져 팔공산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성군도 “케이블카 도입으로 참꽃문화제와 캠핑장 등 급증하는 관광객 수요에 대비하고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비슬산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카 설치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팔공산과 비슬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 꼽힌다. 팔공산에는 ‘갓바위’라고 불리는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과 도동 측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호) 등 97점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도 품고 있다. 비슬산은 암괴류(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유명한데 정상에는 정상에 100만㎡ 넓이의 참꽃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또 천왕봉(해발 1083m) 월광봉(해발 1000m) 조화봉(해발 1059m) 대견봉(해발 1035m) 등의 봉우리가 모여 있다. 이 가운데 대견봉에는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했다는 대견사가 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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