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을 둘러싸고 형성된 창원 시가지. 육지에 가까운 큰 섬이 인공섬이고, 옆에 작은 섬이 돝섬이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마산만에 건설된 국내 최대 인공섬의 개발 방향이 제시됐다. 마산해양신도시라는 이름을 달고도 실제론 잡초만 무성한 빈터로 내버려져 있는 인공섬이 ‘계륵’ 신세에서 벗어나 옛 마산의 재부흥을 이끌 ‘황금알’로 변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스마트기술을 기반으로 삼는 세계적 감성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방향을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민간자본은 일정 부분만 유치해 창원시 재정부담을 줄이는 한편, 시민이 원하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발 방향을 잡았다. 전체 면적의 32%(20만3119㎡)는 민간자본 유치구역, 68%(43만9048㎡)는 자연친화·지속가능 공공구역이다.
민간자본 유치구역은 ‘24시간 세계와 소통하는 스마트시티’라는 기본개념에 맞춰 숙박·컨벤션·관광·상업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음달 사업자 공모에 들어가, 2022년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창원시는 인공섬 건설비용인 3403억원 이상 받고 민간사업자에게 이 구역의 땅을 팔 계획인데, 아파트 조성 비율이 높은 계획서를 내는 민간사업자에겐 낮은 점수를 줄 방침이다.
공공구역은 국·도·시비를 투자해 공원·정원·미술관·도서관·디지털캠퍼스 등을 조성한다. 인공섬 둘레에는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를 상징하는 3.15㎞ 길이의 해변 산책로가 조성된다. 인공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왕복 4차선 규모 다리 2개와 100m 길이 보도교가 건설된다. 인공섬과 인근 돝섬 사이에 500m 길이의 다리(월영교) 건설도 추진된다. 인공섬 맞은편 육지 쪽 해변에는 400m 길이의 모래사장도 조성된다.
마산해양신도시는 마산만 항로 준설과 가포신항 건설을 하며 바다 밑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쌓아둔 준설토 투기장을 개조한 인공섬이다. 육지에서 고작 100여m 떨어져 있을 뿐인데, 면적은 축구장 90개 규모인 64만2167㎡로 국내에서 가장 큰 인공섬이다. 인공섬 조성 사업은 2003년 11월 해양수산부와 창원시(옛 마산시)가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돼, 3403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완공됐다.
마산해양신도시는 2018년까지 민간주도 개발이 세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3천~4천가구 수준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등 수익성을 앞세운 민간사업자의 계획이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옛 마산지역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공직 후보자들도 저마다 인공섬 개발 관련 공약을 제시했으나, 누구도 유권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공섬은 지난해 말 완공된 이후에도 별다른 개발계획 없이 방치돼 있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13일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허 시장은 “옛 마산시는 시민들의 거센 반대를 무시하고 마산 앞바다에 준설토 투기장을 건설했다. 이후 마산시민들은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절망했다. 이제 시민들은 절망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바꿔줄 것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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