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사라지면 추억도 사라질까봐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사진전을 준비했어요.”
경남 김해시 대동면 월촌리 평촌마을은 곧 사라질 운명이다. 대동첨단산업단지가 마을에 건설되기 때문이다. 130여가구 마을주민 모두 고향을 떠나야 한다.
이들이 고향에서 맞는 마지막 추석을 앞두고 26~27일 이틀 동안 사진전 ‘사라지는 것들의 여백-평촌마을’을 마을 안 곳곳에서 연다. 주민들이 사진첩에 끼워뒀던 추억의 사진 40점을 내놨고, 전상규 사진작가가 최근 주민과 마을 모습을 담은 작품 150점을 보탰다. 1949년 일어난 이른바 ‘평촌마을 대화재’ 사고를 생생하게 복원한 강길수 화백의 삽화,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맞서 마을을 지키려고 지난 6월 주민들이 싸울 당시 만든 ‘손에 손잡고’ 모형, 주민들의 창작 시화 등도 선뵌다.
사진전은 대동면 출신 젊은이들의 모임인 ‘대동사람들’이 기획했다. 이덕희 ’대동사람들’ 기획팀장은 “삶의 터전을 떠나는 평촌마을 주민들을 위해 그들이 사랑했던 고향과 그 시절,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같이 추억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통합과 치유를 모색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환배 평촌마을 이장은 “마을이 사라지더라도 추억은 간직하기 위해 사진전을 준비했다. 주민들이 ‘대동사람들’과 함께 많은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외부 손님들을 모실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우리 마을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전은 유튜브 채널 ‘대동면 평촌마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