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로나19에 걸린 어린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열흘 이상 병실에서 아들과 함께 지내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여성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입국 과정에 진행한 2차례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여성은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코로나19 확진자인 아들을 간호했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경남 창녕군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30대 여성이 지난 9일 저녁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마산의료원에 입원했다”고 10일 밝혔다.

경남 263번 확진자인 이 여성은 지난달 2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우즈베키스탄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이 확인돼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국가로 지정돼 있다. 이에 모자는 한국 입국 직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고 확인서를 제출했다. 또 입국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창녕군보건소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에서 엄마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아이는 양성 판정을 받아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 엄마는 어린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아들의 병실에서 지냈다. 아이는 7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7일 아이의 퇴원을 앞두고 모자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아이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엄마는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결과가 나왔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집에서 격리하며 9일 오전 다시 검사를 받았고 저녁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결국 엄마는 마산의료원에 입원했고 아이를 병실에서 돌보고 있다.

경남도 방역당국은 “병원 안에서는 고글·보호복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한다. 입국 당시 엄마도 감염됐으나 양성 판정을 받을 만큼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음성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또 “아이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됐기 때문에 면역력이 생겨서 엄마와 함께 지내더라도 다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남도 방역당국의 설명대로라면, 입국 전후 엄마의 두차례 음성 판정은 틀렸다. 엄마는 코로나19에 걸렸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열흘 이상 병원에서 지내며 아이를 간호했다. 김명섭 경남도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와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경남 263번 확진자는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병실 안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사실상 병실에서 자가격리를 한 셈이다. 이 여성은 최종적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재검사를 받을 만큼 미량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따라서 병원에서 아이를 간호하며 지내는 동안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도 코로나19가 저절로 나았는데, 몸속에 남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부스러기가 재검사에서 검출돼 양성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