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앞에서 입국자 전용택시인 두리발을 소독하고 있다. 임시생활시설로 가지 않는 입국자들은 두리발을 타고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한다. 부산시 제공
서울과 부산, 경남 양산, 제주 등지에서 자가격리자와 함께 지내던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들을 통한 추가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가격리자와 가족을 분리할 임시생활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1일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2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부산기계공고의 한 학생은 가족 2명과 함께 아파트에서 지내다가 지난 17일 확진돼 부산의료원에 입원한 뒤 31일 퇴원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26일 증상이 나타났고 31일 결국 확진됐다. 역학조사반은 능동감시대상자였던 어머니가 아들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경남 양산에서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부모한테서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자가격리자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자가격리자와 나머지 가족이 화장실과 방을 따로 사용하고 식사도 따로 하는 조건을 달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부산시 등 일부 자치단체는 자가격리자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에서 격리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만 임시생활시설 투숙을 원한다고 해서 모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숙박비를 자부담한다. 부산시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 2곳은 하루 비용이 10만원이다. 자가격리 기간(14일)을 채우면 140만원이나 된다.
문제는 비용 부담을 우려한 자가격리자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르면서 엔(n)차 감염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능동감시자인 가족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확진되면 직장·학교·식당 등에서 접촉한 사람들 모두를 검사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에 엔차 감염 우려도 적지 않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에만 현재 자가격리자가 3천여명이나 된다. 가족 전파를 막기 위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시설 확보가 쉽지 않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 기장군은 4월2일부터 기장문화예절학교와 기장군청소년수련관을 입국한 자가격리자 가족에게 개방하고 있다. 입국자와 만나지 않고 식비는 자부담하는 조건에서 입국자는 집에서 지내고 가족은 2개의 시설에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1가족 38명이 이용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코로나19 초기 중국 우한시 교민들을 특별한 시설에 투숙하게 해 2주간 자가격리를 시켰던 것처럼 하면 된다. 재정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숙박료는 무료로 제공하고 식비 등은 자부담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