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5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했다. 경남도 제공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도 참가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으려고 휴대전화를 끄고 서울·부산·경남 등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8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직후 검사 결과 이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5일 오전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4일 오후 경남 김해에 사는 20대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경남 200번 확진자가 됐다. 이 남성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가운데 경남 도내 첫 확진자”라고 밝혔다.
경남 200번 확진자는 지난 8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시·도에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명단을 알려주며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경남 200번 확진자는 경남도가 통보받은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검사를 거부했으며, 지난 17일 서울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다. 경남도가 이 남성이 휴대전화를 끄기 전 이동경로를 조사한 결과, 이 남성은 지난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 현장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지난 24일 새벽 2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다시 켰고, 이날 아침 8시께 경남 김해 자신의 집으로 왔다. 이 남성은 부산과 김해에선 카페와 편의점도 들렀다. 이 남성을 추적하던 경찰은 휴대전화 신호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날 낮 12시께 경남 김해서부경찰서 율하지구대가 긴급출동해 길을 걸어가던 이 남성을 붙잡았다. 이 남성을 검거했던 경찰은 “뛰어서 달아나던 남성을 300m가량 쫓아가서 붙잡았다.
붙잡힌 남성은 ‘왜 못가게 막느냐’며 항의했지만, 심하게 저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소 직원이 현장에서 이 남성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고, 이날 오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 남성은 창원경상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이 남성을 검거했던 경찰 4명도 검사를 받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의 가족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심층역학조사를 통해 지난 17일 이후 이 남성의 동선과 접촉자를 조사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23일 밤 서울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왔고, 24일 아침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김해로 이동했다고 진술한 상태이다.
김경수 지사는 “역학조사를 통해 경남 200번 확진자의 정확한 이동동선·이동수단·접촉자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휴대전화를 끄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 진술과 신용카드·폐회로텔레비전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휴대전화를 끄고 도망 다닌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명단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54명 가운데 사랑제일교회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5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나머지 1명이 경남 200번 확진자이다. 54명에서 5명을 제외한 49명 가운데 2명은 거주지가 다른 시·도라서 해당 시·도로 넘겼고, 47명은 사랑제일교회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본인 진술 내용과 상관없이 경남도는 52명 모두를 검사하고 있는데, 25일 현재 2명은 휴대전화를 끄고 검사를 거부해 경찰 추격을 받고 있다. 나머지 사람은 모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거나, 사랑제일교회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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