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장미'가 접근하면서 10일 전남 여수시 국동 항구에 어선들이 빼곡하게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중부와 남부 지방에 번갈아가며 쏟아진 물폭탄 속에서 태풍 관통 소식이 들려온 10일, 제주와 영남, 호남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비와 강풍 피해 대비에 나섰다. 태풍 통과 초기 강수량과 돌풍은 예상에 못 미쳤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태풍 ‘장미’ 행로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태풍 장미의 영향권에 가장 먼저 들어간 제주에는 다른 지방을 잇는 항공기가 결항했다. 태풍특보와 윈드시어(돌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에는 결항이 잇따라 이날 오전부터 제주공항 도착 18편과 출발 18편 등 모두 36편이 결항했다. 또 제주와 다른 지방을 오가는 9개 항로 여객선 15척도 통제됐다. 제주도 내 항·포구에는 2천여척의 선박 등이 피항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입산을 금지하고, 한라산 둘레길과 올레길 탐방도 제한했다.
부산항에 있던 선박 650여척도 계류장 등지로 피항했다. 김해공항의 항공기 60여편이 사전 조처로 결항했다. 해운대 등 부산의 7개 해수욕장도 입욕 금지와 시설물 철거 작업 등 태풍에 대비했다. 부산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단계별로 비상근무를 하도록 했다.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기상특보에 따라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 대응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시 국동항에도 비바람을 피해 정박한 어선과 여객선, 화물선 등 선박 1천여척이 빼곡하게 들어차 태풍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여수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은 통제됐고, 여수항의 바닷길도 거문도 등 항로 9곳의 여객선 9척이 모두 통제됐다. 사흘 동안 600㎜의 강수량을 기록한 섬진강·영산강 유역에 태풍의 북상으로 최고 150㎜의 강우와 초속 25m의 강풍이 예상돼 주민들은 복구작업 속에서도 일기예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밤사이 10~40㎜ 비가 내린 순천·광양·구례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으며, 당국은 호우특보와 태풍특보 속에서 산사태 피해와 저지대 침수가 발생하는지 살폈다.
태풍 '장미'의 접근으로 10일 경남 통영시 강구안 일대에 선박들이 피항해 있다. 연합뉴스
태풍의 세력이 약해 남해안 서쪽 끝에 위치한 목포항에서는 뱃길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운항됐다. 목포항은 태풍의 위험반경 바깥에 있어 여객선이 통제되지 않았다. 목포항의 항로 26곳의 여객선 47척 중 태풍으로 출항하지 못한 여객선은 제주행 3척에 그쳤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목포운항관리센터 쪽은 “서해 남부는 태풍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남해 서부 먼바다의 태풍주의보도 오후 1시에 풍랑주의보로 바뀌었다. 운항계획을 세운 24개 항로 43척 가운데 제주 항로 3척만 운항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이날 낮 12시30분께 접경지역 위기경보 관심 단계 수준인 8m를 넘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임진강 수계지역인 연천군·파주시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보내 하천 주변 야영객과 어민 등의 대피를 당부했다. 전날 새벽까지만 해도 1m대에 불과했는데, 북한에 큰비가 쏟아지며 수위가 급상승했다. 필승교 수위는 하천 행락객 대피(1m), 비홍수기 인명 대피(2m), 접경지역 위기대응 관심(7.5m), 접경지역 위기대응 주의(12m) 등 4단계로 구분된다. 기상청은 11일까지 경기 북부지역에 30~8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동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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