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모습.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구남로. 지난달 31일 장마가 끝난 부산에는 이날 낮 최고 기온 30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마스크를 쓴 관광객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에 설치된 확성기에서는 1시간마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거리 두기를 지켜달라”는 방송이 한국어와 영어로 흘러나왔다. 코로나19가 해수욕장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관광객으로 붐빈 해수욕장 들머리 곳곳에는 마스크 착용, 저녁 시간 2인 이상 취식 금지, 위반 시 처벌 내용 등이 담긴 펼침막이 눈에 띄었다. 강아무개(42·경기도 광주)씨는 “관광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에 땀이 차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안심은 된다”고 말했다.
예년마다 1.4㎞에 달하는 백사장을 모두 덮을 정도의 빽빽했던 파라솔 숲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날 백사장에 펼쳐진 파라솔은 1700여개였다. 물놀이용품 대여소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예년 4200여개에서 올해에는 최대 1800여개로 파라솔 개수를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각 파라솔은 2m 간격으로 설치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 차원이다. 파라솔에는 번호표가 붙어져 있다. 관광객이 파라솔을 빌린 날짜와 이름 등을 확보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 진행을 위해서다. 관광객들은 대여소 직원들의 체온 확인 절차 등을 거친 뒤 각자 배정받은 파라솔로 향했다. 해운대구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27만7656명으로 집계했다.
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모습.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 소속 단속반 60명은 해수욕장을 누비며 관광객의 마스크 착용 등을 살폈다. 간혹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턱에 걸치고 돌아다닌 관광들은 단속반의 지적을 받고 곧장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25일부터 경찰과 함께 해수욕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밤에 두 명 이상 해변에서 음식물을 먹는 관광객을 단속하고 있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위반하면 구두 경고하고 이를 듣지 않으면 계고장을 전달한다. 이후 또다시 적발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조처한다. 위반자는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낼 수 있다. 지난달 25일 해수욕장에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60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1일에도 마스크 착용 권고를 거부한 관광객 2명이 계고장을 받았다. 단속은 다음 달 15일까지 나날이 진행된다.
해운대구는 샤워실과 탈의실 등 해수욕장 공공시설 방역 작업과 대기 줄 표시, 발열 체크 등 방역에 애쓰고 있다. 집단감염 가능성을 낮추려고 해수욕장 자체의 크고 작은 축제도 모두 취소했다.
일부 지역 주민은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주민 김아무개(46)씨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시즌이 겹쳐 관광객이 해운대 등지에 몰릴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집단감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어서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김기환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 팀장은 “관광객 스스로 거리 두기 등 개인 방역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