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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애벌레…350만명 부산시민의 식수가 불안하다

등록 2020-07-22 11:59수정 2020-07-22 15:37

다이옥산과 화학성분인 과불화화합물 지속 검출
수돗물에서 깔따구와 애벌레 발생 신고도 잇따라
부산시민 식수를 생산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 엄궁배수지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민 식수를 생산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 엄궁배수지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350만명 부산시민이 먹는 수돗물 원수와 정수에서 인체유해물질과 애벌레가 잇따라 검출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월2~5일 하루 840t 원수를 수집하는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연속 검출됐다. 2일 1.8㎍/L, 3일 5.5㎍/L, 4일 4.9㎍/L, 5일 1.1㎍/L였다. 수돗물의 정수 기준인 50㎍/L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검출에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1,4-다이옥산은 인체에 다량이나 장기간 노출되면 신장이나 신경계 손상 우려와 함께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옥산의 지속적 검출에 놀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물금취수장 주변 지역 수계를 검사했다. 물금취수장 상류인 양산시 원동면 화제천과 김해시 상동면 대포천·소감천에선 1,4-다이옥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물금취수장 하류에선 수돗물 정수 기준을 초과한 1,4-다이옥산이 검출됐다. 5월7일 오후 4시20분께 하루 9만2000t을 양산천에 방류하는 양산시 공공하수처리장 관로(낙동강 합류 전 3.1㎞)에서 수돗물 정수 기준치의 160배인 8000㎍/L가 검출됐다. 그 아래인 양산천 호포대교(낙동강 합류 전 0.7㎞)에선 같은날 오후 4시30분께 수돗물 정수 기준치의 57배인 2850㎍/L가 검출됐다. 같은날 오후 3시께 화명대교(물금 하류 10.2㎞)에서 52.8㎍/L, 오후 2시52분께 대저수문(물금 하류 10.7㎞)에서 50㎍/L가 검출됐다. 물금취수장 아래로 내려갈수록 1,4-다이옥산 농도가 옅어진 것이다.

1,4-다이옥산 배출업체는 20여일 뒤 밝혀졌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달 22~27일 경남도·양산시 등과 함께 양산시 하수처리장에 폐수를 배출하는 27개 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여 2개 업체에서 1,4-다이옥산을 불법 배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부산시는 “하류에서 상류로 역류하기는 힘들지만 5월 1~3일은 거의 흐름이 없는 정체현상이 발생해 물금취수장 하류 양산천의 하천수가 상류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1,4-다이옥산 법적 기준치는 폐수배출업체의 경우 4ppm이지만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기준이 없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4~6월) 먹는물 수질검사에선 부산 북구 화명동 화명정수장과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검출됐다. 과불화옥탄산은 수질 감시기준이 0.07㎍/L인데 화명정수장 원수와 정수에서 각각 0.016㎍/L, 0.011㎍/L가 검출됐다. 각각 기준치의 22.9%, 15.7%다. 덕산정수장에선 원수와 정수에서 각각 0.017㎍/L, 0.011㎍/L의 과불화옥탄산이 검출됐다. 각각 기준치의 24.2%, 15.7%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수질 감시기준이 0.48㎍/L인데 화명·덕산정수장 정수에서 각각 0.007㎍/L가 검출됐다.

부산시는 “환경부에서 2018년 6월12일 경북 구미산업단지 내 과불화화합물 배출업체를 점검해 주요 배출원을 차단했으나, 지금도 과불화화합물 3종이 낙동강 원수에서 지속해서 0.016~0.017㎍/L가 검출되고 있다. 과불화옥탄산은 일반 가정에서 유입되고 있고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정수과정에 투입되는 입상활성탄에 흡착되어 있는 물질 때문에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계면활성제나 가죽·가구·조리용구·종이·자동차내장재·전자부품 등의 표면코팅제와 등산복 등에 사용된다. 사람이 마시면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 응고 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부산시민 식수를 생산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부산 덕산정수장 엄궁배수지. 부산시 제공
부산시민 식수를 생산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부산 덕산정수장 엄궁배수지. 부산시 제공

최근엔 수돗물에서 깔따구와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지난 14~19일 11건에 이어 20일 8건, 21일 29건이 신고됐다. 부산시는 “인천시는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신고가 접수됐고 부산시는 간헐적으로 다른 수돗물 계통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정수장과 배수지에서 애벌레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저수조, 가정 물탱크, 가정 내 하수구, 배수구 등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환경·시민단체들은 근본적인 낙동강 수질 개선 대책을 요구했다. 생명그물·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시민단체 20여곳이 참여하는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는 “환경부는 하·폐수처리장 유입수와 방류수 미량유해물질 기준을 도입하고, 낙동강을 시범강으로 시급히 추진하라. 불법방류업체는 경고와 과태료 처분이 아니라 강력한 행정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낙동강 전 구간 미량유해화학물질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북 구미·성서공단 무방류시스템과 공업용수 재이용 정책을 즉각 발표하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중심의 수질오염총량제에서 전 유기 탄소(TOC) 수질오염총량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애초 2026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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