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후보를 지지하는 대전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대전시의회에서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릴레이 농성을 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2년 임기의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밀실야합’ 논란에 반발표가 속출하거나 다수당의 싹쓸이 행태가 벌어지는 등 파열음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위 지역이나 미래통합당이 다수당인 지역 모두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복마전’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고 있다.
■ 밀실야합에 반란표 속출
경북에서는 다수인 미래통합당이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자리를 싹쓸이하는 일이 잇따르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3일과 6일 잇따라 의장단(의장 1명,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단(4명)을 선출했는데 모두 통합당이 싹쓸이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장단 선출에 불참하며 항의했지만 통합당 소속 의원들끼리 선출을 강행해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졌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통합당 소속 정해종 의장의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강릉에서는 지난 1일 권성동 의원을 따라 탈당했던 무소속(9명)과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명이 손잡고 무소속 강희문 의장을 선출했고, 민주당(8명) 보이콧 속에 부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독식하며 원 구성을 마쳤다.
밀실에서 의장단 구성이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경기 오산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전반기 의장단인 장인수 의장과 김영희 부의장을 후반기 의장단으로 선출했다. 오산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을 뽑는 과정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내 소통 없이 ‘밀실’에서 의장단의 연임을 결정하고 이를 관철해 당내는 물론 야당의 반발을 샀다.
당론으로 합의해놓고 이를 따르지 않는 ‘반란’도 잇따르고 있다. 22석 가운데 21석을 점유한 민주당 대전시의원들은 지난달 이미 의원총회를 열어 권중순 시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정했으나, 지난 3일 찬성 11표, 기권 10+1표(미래통합당 1명)가 나오면서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 21명 가운데 10명이 의원총회 결과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 시의원 11명은 시의회 로비에서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다.
이 와중에 당 결정에 불복하고 출마해 상대 당 지지로 당선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경남도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와 지난달 29일 경남도의회 제1부의장 선거에선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은 민주당의 김하용 의원과 장규석 의원이 각각 출마해 당내 경선을 거친 민주당 추천 후보를 꺾고 의장과 부의장에 당선됐다.
■ 당 윤리위 징계 이어져
의장단 구성에서 불협화음과 ‘반란’이 잇따르자 당 윤리위는 징계카드를 빼든 상태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15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의장 선거에서 당 지침을 어긴 강진·구례·목포·곡성·나주 등 5개 기초의회의 해당 의원들을 징계하기로 했다. 강진과 구례에서 사전 경선으로 뽑았던 당 의장 후보들이 본선에서 낙선하는 ‘반란’이 일어난 것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당도 애초 합의를 깨고 의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광주 서구의회 김태영 의원을 광주시당 상무위원직에서 직위해제하고 징계를 하기로 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윤리심판원도 지난달 24일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의장·부의장 후보로 등록한 김하용·장규석 의원을 제명했다. 이에 맞서 두 의원은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또다시 두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경남도의원 31명 모두는 지난 7일 중앙당에 재심 기각을 요청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에선 때아닌 반란표 색출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 연제구의회는 지난달 22일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최홍찬 미래통합당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다. 연제구의회는 민주당 6명, 미래통합당 5명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전 회의를 열어 이의찬 의원을 밀기로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 의원이 6표를 얻어 한표 차이로 승리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1명이 이탈한 것이다. 부의장 선거에서도 통합당 김옥란 의원이 당선되자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탈자를 찾기 위해 진상조사를 벌였고 윤리심판원은 이탈표가 한표인데도 박종욱·최민준 두 의원을 제명했다.
■ 견제받지 않는 의회 권력
통합당과 민주당 쏠림 현상이 심한 영호남에서 주로 의장단 구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견제받지 않는 다수당에 대한 우려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지역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이나 통합당 모두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일방적 의회 운영을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며 “견제받지 않는 지방의회 권력은 결국 주민들 피해로 돌아온다”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에 따라 결정된 당론을 따르지 않는 행태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대전시의회의 오광영 의원(민주당)은 “정당민주주의의 뼈대 가운데 하나는 합의·의결한 당론을 따르는 것”이라며 “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합의하고 서명한 당론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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