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할머니(80)가 대구 와룡산(해발 299.7m)에서 실종됐다가 나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3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실종 신고를 받았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대구 달서구 집에서 나간 아내 ㄱ(80)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신고였다. ㄱ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휴대전화도 가져가지 않았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뒤져 ㄱ씨가 지난 2일 저녁 7시30분께 와룡산에 올라간 것을 알아냈다. 곧 경찰관 224명, 소방관 37명, 드론 2대, 채취견 2마리 등이 동원돼 와룡산 수색이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은 ㄱ씨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와룡산은 대구 도심에 있는 낮은 산이지만 말발굽 형태로 봉우리 여러 개가 이어져 있다. 때문에 높이에 견줘 면적이 넓고 산세도 험한 편이다. 와룡산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상리봉과 용미봉, 서쪽으로는 용두봉이 이어져 있다. 와룡산은 1991년 도롱뇽 알을 찾으러 갔다가 실종된 초등학생 5명이 11년 뒤인 2002년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 소년‘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경찰이 ㄱ씨 흔적을 발견한 것은 실종 나흘째인 지난 6일 오전 10시50분께였다. 경찰은 와룡산 서쪽 용두봉 5부 능선 해발 200m 지점에서 ㄱ씨의 신발과 종이가방 등 소지품을 발견했다. 경찰은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해 20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10분께 대구 달성군 서재리 주변 등산로 입구 수풀에 앉아 있던 ㄱ씨를 발견했다. ㄱ씨 집에서 3.3㎞ 떨어진 곳이었다.
안중만 대구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장은 “실종자는 발견 당시 의식도 있었고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수색하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근 대구에 비가 내려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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