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와 금정구가 지난달 30일 금정구청에서 대우금사아파트 행정구역을 해운대구로 일원화 방침에 따라 사무·재산 인수·인계하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부산 자치단체들이 통 큰 양보와 끈질긴 협상을 통해 주민의 오래된 불편을 해결하거나 지역 업체들의 상생을 끌어냈다.
1일 부산 대우금사아파트 입주민들은 25년 만에 같은 행정구역이 됐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이다. 입주민들의 행정구역은 1995년 입주할 때부터 달랐다. 4개동 321가구 847명은 해운대구 반여4동, 2개동 130가구 279명은 금정구 금사동이었다.
행정구역이 다르다 보니 입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아파트 규모가 400여 가구인데도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배정받는 학교가 달랐고 청소대행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짜가 달라 입주민들이 자주 헷갈렸다. 이에 입주민들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해달라고 계속 건의했지만, 해운대구와 금정구는 꿈쩍하지 않았다. 양보하는 구의 인구와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과 정미영 금정구청장이 나섰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대우금사아파트 행정구역을 해운대구로 하는 데 합의했다. 입주민 설문조사에서도 해운대구를 선호하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두 구의 합의에 따라 부산시는 행정안전부에 ‘대우금사아파트 행정구역을 해운대구로 한다’는 내용의 행정구역 경계 변경안을 제출했다. 변경안은 지난 5월4일 국무회의를 거쳐 같은달 12일 대통령령으로 제정·공포됐다.
마침내 1일 대우금사아파트 451가구 1126명 모두는 해운대구 반여4동 주민이 됐다. 양용남 대우금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정 구청장의 통 큰 양보로 25년 만의 소원이 해결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7년 동안 계속된 4개 청소대행업체의 갈등을 해결했다. 청소대행업체들은 2013년부터 청소구역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후발주자인 ㅋ사가 다른 3개사보다 작은 청소구역을 맡는 것이 문제였다.
청소구역 불균형은 2010년 ㅎ사가 노사 문제 때문에 청소대행업을 접은 뒤 ㅋ사를 뺀 3개사가 청소구역을 나눠 가지면서 생긴 결과다. ㅋ사가 ㅎ사의 뒤를 이어 2013년 영업에 나섰으나 부산진구 청소대행업체 4개사 전체 연간 청소대행수수료의 10.6%에 불과했다. 선발주자인 3개사의 점유율은 각 20~30%대였다.
이에 ㅋ사는 청소구역 조정을 요구했지만 3개사는 수익이 줄어든다며 거부했다. 구의회도 3개사의 장기 계약은 특혜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청소구역에서 2~3개사가 작업하는 등 비효율적 작업동선 때문에 부산진구가 주는 청소대행수수료도 해마다 올랐다.
2018년 7월 서은숙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부산진구는 4개사와 20여차례 협상했다. 서 구청장이 청소대행업체 대표와 직원들을 만나 설득했고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 청소구역이 많았던 3개사가 1일 ㅋ사와 함께 작업하던 청소구역을 ㅋ사에 넘겼다.
청소구역 조정에 따라 4개사 점유율은 각 20~30%로 비슷해졌다. 3개사 점유율은 소폭 낮아졌지만 ㅋ사는 20%대로 상승했다. ㅋ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청소구역 축소에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진 3개사가 일부 직원을 내보내야 할 형편이 되자 ㅋ사는 3개사 직원 15명을 떠안았다. 이들은 1일부터 근로조건 저하 없이 ㅋ사로 출근했다. 부산진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4개사 직원들의 고용이 보장됐고 합리적인 청소구역 조정을 통해 청소대행수수료도 연간 5천만원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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