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의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노동자 4명이 쓰려져 긴급출동한 119 소방본부가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대구서 깊이 2m 맨홀을 청소하던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28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5시42분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자원재활용업체 안에서 깊이 2m 맨홀을 청소하던 유아무개(56)씨와 강아무개(49)씨 등 2명이 황화수소, 포스핀 등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지고 오아무개(49), 조아무개(46)씨 등 2명은 중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이 회사 노동자 5명이 맨홀청소 작업 중 1명이 쓰러지자 동료 작업자 3명이 이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맨홀은 물에 젖은 폐지 찌꺼기 등을 모아놓은 곳으로 6개월마다 1차례씩 청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청소 중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고를 당한 맨홀.
소방당국이 사고현장에서 맨홀 안 유독가스의 성분을 측정한 결과, 유독성이 강한 가연성 기체인 황화수소는 145ppm으로 기준치(10ppm)의 14배를 웃돌았고, 무색의 가연성 기체로 썩은 고기 냄새가 나는 유독물질인 포스핀은 10ppm으로 기준치(0.3ppm)를 33배 이상 웃돌았다. 허용기준치가 3ppm으로 정해져 있는 이산화질소는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수치가 높았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경찰은 자원재활용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해 구체적인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회사 쪽 관계자들을 불러 노동자들이 방독면이나 안전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작업을 했는지, 맨홀 안에 유독성이 강한 가스가 검출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9월10일 경북 영덕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도 오징어 내장을 모아놓은 깊이 3m 지하탱크를 청소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이때에도 노동자 1명이 지하탱크에서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지자 이를 구하려고 지하탱크 안으로 내려가던 동료 외국인노동자 3명이 함께 희생됐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대구소방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