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러시아 냉동 화물선 아이스스트림호가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정박했다. 연합뉴스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정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감염자 16명이 발생한 부산 사하구 감천항 러시아 선박의 동선과 방역 대처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시의 말을 들어보면, 확진자 17명이 발생한 아이스스트림호와 아이스크리스탈호 등 러시아 선박 2척 가운데 16명이 발생한 아이스스트림호(3401t)는 러시아 오제르노브스키항을 출발해 베링해를 거쳐 지난 15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선장과 일부 선원이 교체됐다.
아이스스트림호는 다음날인 16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해 21일 아침 8시10분께 부산 사하구 감천항 동쪽 3부두 3선석에 입항했다. 이때 국립부산검역소는 검역관이 배에 올라타는 승선검역을 하지 않고 온라인 서류로 검사하는 전자검역을 하고 검역증을 발급했다.
부산항운노조 소속 하역 노동자 등이 아이스스트림호에 오른 것은 다음날이었다. 22일 오전 9시 검수사 3명, 하역사 직원 3명, 선박수리업체 직원 6명, 부산항운노조원 34명 등 46명이 아이스스트림호에 올라 작업을 하면서 러시아 선원들과 접촉했다.
잠시 뒤인 오전 10시 아이스스트림호 선주가 선박대리점을 통해 국립부산검역소에 “전 선장이 발열 증세를 보여 일주일 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일부 선원과 하선했다. 전 선장이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선장과 접촉한 선원이 10여명 타고 있다”고 알렸다.
오전 11시 부산항만공사는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부두대기실에 격리했다. 오후 1시50분 국립부산검역소는 아이스스트림호 선원 21명의 검삿감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밤 9시 아이스스트림호 선원 16명이 확진됐다.
의문은 아이스스트림호 선주의 통보 시점이다. 전 선장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인 열이 나서 15일 하선했다면, 전 선장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22일보다 훨씬 일찍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선 코로나19 검사를 하면 당일에 결과가 나온다.
아이스스트림호 선주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다. 전 선장의 발열 증상이 나타났고 러시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현재 세계 3위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스스트림호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15일에 전 선장을 포함한 선원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다시 출항했어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출항을 서두른 결과 전 선장과 장기간 같은 배에 있었던 일부 선원과 새로 승선한 선원이 15일부터 22일까지 8일 동안 함께 생활했고, 16명이나 감염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왔다.
국립부산검역소 관계자는 “아이스스트림호 전 선장의 확진 결과가 언제 나왔는지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전 선장의 확진 사실을 뒤늦게 우리에게 통보했다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선주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확진된 러시아 선원들과 접촉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산시는 24일 오후 5시 기준 접촉자는 164명이라고 밝혔다. 선주가 같은 아이스스트림호와 아이스크리스탈호에 올라 하역작업을 한 노동자 124명과 도선사, 세관·출입국관리·해운대리점·선박수리업체 직원, 통역 등 40명이다. 접촉자 164명 가운데 15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 가운데 39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날 감천항 부두 8개 가운데 3개 부두의 운영이 중단됐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