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중소상인과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입점을 막으려다 소송에 휘말려 물게 된 구상금 문제가 해결됐다. 건축주가 소송을 제기하고 9년 만이다.

울산 북구의회는 22일 정례회에서 북구가 제출한 ‘윤종오 전 구청장에 대한 코스트코 건축허가 반려 처분에 따른 구상금 판결 관련 구상금과 소송비용 부담 일부면제 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동의안은 전체 구의원 8명 가운데 5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동의안의 의결은 지난달 구의회가 윤 전 구청장의 코스트코 구상금과 소송비용 일부면제를 요청하는 주민청원을 받아들이고, 이동권 구청장(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동의안을 구의회에 제출함으로써 이뤄졌다

141개 지역 주민·노동·중소상인단체들이 참여하는 ‘구상금 면제 대책위’와 ‘을들의 연대’는 이날 북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소신행정으로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반려하며 시작된 문제가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북구의회의 결정은 대한민국에서 중소상인을 대변했던 소신행정, 지방자치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준 역사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2018년 6월 대법원 판결로 윤 전 구청장이 북구에 4억여원의 구상금 채무를 지게 되자 구상금 면제를 요청하는 주민청원운동과 성금 모금운동 등을 벌여왔다.

이동권 구청장도 구의회 결정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행정적인 절차만 남았다. 그동안 구상금 채권 면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지역사회 갈등과 상처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윤 전 구청장은 2010년 북구청장에 당선돼 ‘중소상인과 지역 상권을 보호’를 이유로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허가 신청을 이듬해까지 세 차례 반려했다. 이에 건축주인 진장유통단지조합은 2011년 9월 윤 전 구청장과 북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소송은 윤 전 구청장 퇴임 뒤 2015년 7월 3억6700만원의 배상금 판결로 끝났다.

이후 북구는 배상금과 이자·소송비용을 합한 5억6천만원을 진장유통단지조합에 지급한 뒤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6월 대법원 판결로 윤 전 구청장은 북구에 4억여원의 구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윤 전 구청장의 구상금 등 부담 총액은 소송비용과 연체이자까지 합해 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억5천여만원은 성금 모금 등을 통해 해결하고 나머지 금액의 면제를 구의회 의결에 맡기게 됐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