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 대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 사무실에 40대 중반 광주 시민이 남기고 간 기부금과 편지.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광주 시민이 대구 소방관에게 기부금을 남기고 사라졌다.
지난 19일 밤 10시께 40대 중반 남성이 대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 사무실 문을 열었다. 당시 사무실에는 이원화 소방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고생 많으십니다.” 이 남성은 이 말과 함께 봉투 두 개를 사무실 안에 던지고는 사라졌다. 이 소방사가 급히 그를 따라 나갔지만 이 남성은 동대구역 방향으로 모습을 감췄다. 봉투에는 현금 152만원과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저는 빛고을에서 보험설계사 겸 보상강의를 하는 40대 중년 남자입니다. 코로나로 영업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대구지역 설계사분들을 위해 강의료를 50% 할인해드렸고, 그렇게 받은 강의료 전액을 ’항상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애쓰시는 소방관님들께‘ 기부합니다. 전국의 모든 소방관님들 모두 수고가 많으시지만 아무래도 초창기에 코로나가 창궐한 달구벌 소방관님들께서 더 힘드셨을 것 같은 생각에 이곳에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소시민으로서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방(구급) 용품 등 구매해서 구급대원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지난 2009년 달빛동맹을 맺고 꾸준한 교류협력을 해오고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광주의 우리말이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이후 2014년부터 대구시장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광주시장은 대구 2·2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서로 참석하고 있다. 광주시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대구의 경증 확진자를 광주에서 치료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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