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영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 어머니가 친딸 학대한 원인은 복합적

등록 2020-06-15 16:33수정 2020-06-15 16:54

정신질환 치료 중단, 산후우울증, 육아 스트레스 등 겹친 듯
의붓아버지 구속영장 발부…아동복지법 위반, 특수상해 혐의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어머니가 맘카페에 쓴 글. 지난 2월16일 쓴 글(왼쪽)에는 아동학대 피해자인 큰딸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월10일 쓴 글에서는 넷째딸을 낳은 뒤 겪는 산후우울증의 고통을 밝혔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어머니가 맘카페에 쓴 글. 지난 2월16일 쓴 글(왼쪽)에는 아동학대 피해자인 큰딸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월10일 쓴 글에서는 넷째딸을 낳은 뒤 겪는 산후우울증의 고통을 밝혔다.

전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어머니 ㅈ(27)씨가 정신질환을 앓아오다 지난해 막내 임신을 계기로 치료약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신에 따른 정신질환 치료 중단, 산후우울증, 자녀 4명 육아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신의 큰딸(10) 학대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는 15일 “어머니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입원한 상태라 아직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인터넷 카페 등에 쓴 글, 공범인 남편(35)과 자녀 진술 등을 통해 아동학대 원인과 당시 심리상태를 미뤄 짐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ㅈ씨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지역 인터넷모임인 맘카페 2곳에 가입해 최근까지 활발하게 글을 썼으며, 개인 블로그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ㅈ씨 부부는 아동학대 피해자인 큰딸과 5살, 4살, 1살 등 네딸을 두고 있는데, 맘카페와 블로그에 쓴 ㅈ씨 글을 살펴보면 막내를 임신한 지난해부터 태아에 문제가 생길까 봐 약을 먹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담낭 제거 수술을 받는 등 임신 중에도 많이 힘들었으며, 지난 2월 말 막내를 출산한 이후엔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큰딸은 초등학교, 둘째와 셋째 딸은 어린이집에 가야 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올해 1월 경남 창녕으로 이사한 이후엔 줄곧 ㅈ씨가 집에서 24시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비정규 일용직인 남편은 일감을 찾아 자주 출장을 다녔다.

ㅈ씨는 지난 3월부터 맘카페에 ‘너무 우울해서 전기선 목에 감고 뛰어내릴까 생각도 해봤네요. 살기 싫어서 눈뜨고 있는 매 순간 울고’, ‘그냥 보고 싶다고 말할 가족 한명 없으니. 마음 둘 곳도 없고 혼자서 또 숨어 울어야 한다는 게. 나 스스로 너무 비참한데 어디 한탄할 곳도 없네요’ 등 산후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여러차례 써 올렸다.

ㅈ씨는 자녀에 대한 글도 맘카페에 많이 썼는데 ‘11살 되니 이젠 너 죽자 나 죽자고 싸워요’, ‘지금 11살 돼서 입만 열면 거짓말밖에 안 하네요. 거짓말 때문에 아이와 사이가 멀어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네요’, ‘2학년 때부터 가끔 욕을 듣긴 했는데 3학년 되니 습관이 돼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고학년 언니들하고 연락하면서 애가 까지기 시작해서 저는 애 보는 앞에서 망치로 폰 부숴버렸어요’ 등 대부분 큰딸과 관련한 글이었다. 2010년생인 큰 딸은 우리 나이로 11살이다.

큰딸과의 극심한 갈등은 과도한 체벌로 이어졌다. ‘엄청 큰 잘못 해서 아빠한테 종아리 3대 맞았는데. 다음날 돼서 저 때문이라고 원망 다하더라고요’, ‘딱 양아치 짓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때려서 잡았어요. 처음 잘못했을 때 종아리 회초리로 10대 시작해서 100대까지 때렸는데 친구들이 엄마 아동학대로 신고하라면서 떠밀더라고요. 와 진짜 영악하다고 해야 하나’ 등의 글이 발견된다. 이런 글을 공개적인 카페에 올린 것을 보면, ㅈ씨는 과도한 체벌이 아동학대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15일 오후 창원지법 밀양지원 신성훈 영장전담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의붓아버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붓아버지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며 “정말 미안하다. 남의 딸이라 생각하지 않고 제 딸로 생각하고, 아직도 많이 사랑한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515m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내년 5월 개통 1.

515m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내년 5월 개통

화염 속 52명 구한 베테랑 소방관…참사 막은 한마디 “창문 다 깨” 2.

화염 속 52명 구한 베테랑 소방관…참사 막은 한마디 “창문 다 깨”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나오나…서울시, 인력 부족에 채용 추진 3.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나오나…서울시, 인력 부족에 채용 추진

[영상] “지하철역 식사, 세 가정 근무”…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소 4.

[영상] “지하철역 식사, 세 가정 근무”…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소

‘차명투자’로 27억 과징금 받은 최은순…취소소송 2심도 패소 5.

‘차명투자’로 27억 과징금 받은 최은순…취소소송 2심도 패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