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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공항 이전 갈수록 ‘안갯속’

등록 2020-06-10 19:01수정 2020-06-11 02:02

대구공항 지자체 갈등 속 멈춰서
광주·수원서도 격납고 속 장기표류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왼쪽)와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10일 오전 대구 군공항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 함께 들어가고 있다. 군위군 제공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왼쪽)와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10일 오전 대구 군공항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 함께 들어가고 있다. 군위군 제공

전국 주요 군공항들 이전사업이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소지역갈등에 국방부의 소극적 자세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김영만 군위군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오전 9시30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마주 앉았다. 하지만 면담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30분 만에 끝났다. 김 군수는 의성 비안·군위 소보에 대구 군공항을 이전할 수 없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이에 박 차관은 “단독후보지(군위 우보)는 부적격이고, 공동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는 유치신청 미비로 부적합하다”고 맞섰다.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은 대구시가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건의서를 낸 201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직후인 2016년 7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대구 군공항과 민간 공항을 함께 묶어 이전하라고 지시하며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국방부는 의성과 군위를 예비 이전 후보지(2017년 2월)에 이어 이전 후보지(2018년 3월)로 잇따라 선정하고, 주민투표 투표율과 찬성률을 합산해서 더 높은 지역을 이전부지로 선정하기로 했다.

의성군은 군위군과 함께 의성 비안·군위 소보에 통합신공항을 공동 유치하기를 원했다. 반면 군위군은 군위 우보에 단독 유치를 추진했다. 지난 1월21일 주민투표 결과, 의성 비안·군위 소보의 투표율과 찬성률이 가장 높았고, 이에 의성군은 주민투표 결과대로 공동유치 지역인 의성 비안에 유치신청을 냈다. 하지만 군위군은 주민투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군위 우보에 단독 유치신청을 했다.

이후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은 멈춰섰다. 이날 만남에서 박 차관은 주민투표 결과대로 의성·군위 공동유치를 설득했지만, 김 군수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면서 만남은 성과 없이 끝났다. 박 차관은 전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주수 의성군수에 이어 이날 권영진 대구시장도 찾아 협조를 당부했지만 앞날은 안갯속이다. 국방부는 다음달 10일 대구 군공항 이전 선정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지금까지 이전 절차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와 경기 수원 군공항 이전도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국방부가 화성시 화옹간척지를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뒤 3년째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는 2014년부터 ‘시민 25만여명이 소음 피해를 겪고 고도제한으로 100여㎢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등 주민 피해가 크다’며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성시는 요지부동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군공항에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경기남부 통합 국제공항’을 제안했지만, 양쪽은 여전히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군공항은 예비 이전 후보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7기 출범 직후인 2018년 8월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공항에 통합시키겠다”고 합의했다. 2007년 개항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엔 이듬해 5월 광주공항의 국제선 전 노선이 이전됐으며, 현재 광주공항엔 국내선만 운항 중이기 때문이다. 광주 민간공항은 현재 군공항 활주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합의 뒤 군공항 이전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는 듯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는 적극적이지만, 전남도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소극적 태도도 지적된다. 예비 이전 후보지 적합성 검토를 끝내고도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복환 광주시 군공항정책과장은 “국방부가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를 선정해야 하는데, 주민 반대를 이유로 전남도 등과 비공식 협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산갑)은 이전 절차별로 기한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한 상태다.

김일우 홍용덕 정대하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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