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동래구 부산중앙여고 건물 출입구 앞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갑갑했던 집 안에서 벗어나 등교하니 기분이 좋아요. 코로나19 감염 걱정도 있지만, 지금은 친구들 볼 생각에 설렘이 앞서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고교 3학년만 등교한 20일 아침 7시20분께 부산 동래구 부산중앙여고에서 만난 3학년 김아무개양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격 수업을 들었지만 수험에서 뒤처질까 내심 불안했다. 선생님께 직접 수업을 듣게 돼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81일 만에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설렘과 반가움, 감염 불안과 걱정이 교차했다. 박아무개양은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친구들과 만나다 보면 신체 접촉이 없을 수가 없는 것도 고민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다시 등교하지 못하게 돼 중간·기말고사가 미뤄지고 수능도 미뤄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문을 지나 'ㄹ'자형 이동로를 거쳐 교실 건물로 향했다. 교직원들은 이동로 곳곳에서 학생들에게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학생들은 건물 출입구 바닥에 1m 간격으로 그려진 노란 선에 섰다. 교직원의 안내에 따라 학생들은 자가진단 여부를 확인한 뒤 손 소독제로 손을 닦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한 3학년 9학급 250여명은 각자 교실로 이동했다.
20일 부산 동래구 부산중앙여고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실내 속 거리두기 생활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복도에는 교실 안에 있던 청소도구함 등이 옮겨져 있었다. 복도 곳곳에선 손 소독용 자동 분사 기기도 보였다. 각 교실 출입문에는 손 소독제도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1m이상 거리가 띄워진 책상에 앉자, 담임은 조회에서 실내 거리두기 생활지침 등을 설명했다. 조회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택 과목에 따라 화학실 등 특별실로 이동하는 학생들은 바닥에 설치된 화살표를 따라갔다. 각 수업은 50분에서 5분씩 줄여 45분 동안 진행됐다.
학교 1층에 있는 300명 규모의 급식실은 지정 좌석제로 운영했다. 식탁에는 학생 간 거리두기를 위해 이름표가 띄엄띄엄 붙어 있었다.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도 설치돼 있었다. 이기원 교장은 “학년과 학급별로 시간을 조정해 급식한다. 식사 시간도 1시간45분으로 넉넉하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간의 허점을 보이면 2~3차 감염이 일어난다. 틈을 줘선 안 된다. 선생님들도 솔선수범하자고 뜻을 모았다. 학생들도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이날 7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학기중 밤 9~10시까지 진행하는 자율학습 여부는 일주일가량 등교 개학을 지켜본 뒤 부산시교육청, 학부모 등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학교 쪽은 밝혔다.
학교 쪽은 비상계획도 세웠다. 학생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일시적 관찰실에서 상태를 지켜보다가 119구급차에 태워서 선별진료소로 이송할 계획이다. 의심환자나 확진 환자가 나오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즉시 집으로 귀가시키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개학이 늦어져 고3 수험생들이 초조한 마음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친구를 위해 교실 안에서 생활 안전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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