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 감염지인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주노동자(왼쪽)가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혔다. 창원해양경찰서 제공
코로나19 집단 감염지인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혔다.
경남 창원해양경찰서는 18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이주노동자 ㄱ(29)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ㄱ은 지난 17일 새벽 부산신항에 정박 중이던 몰타 국적 컨테이너 화물선 ㄴ(9만4684t)호에 몰래 승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호는 부산신항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기 위해 17일 낮 12시5분 부산신항을 출항했다. ㄴ호 보일러실에 숨어있던 ㄱ은 오후 1시께 ㄴ호 기관순찰자에게 적발됐다. 당시 ㄴ호는 경남 거제시 근처 해상을 지나가고 있었다. ㄴ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창원해경은 오후 1시42분 ㄱ을 붙잡아 창원시 진해구 신항광역파출소 격리실에 수감했다.
ㄱ의 휴대전화에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 사이에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서울시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었다. ㄱ은 경찰에 “숙소가 이태원 근처일 뿐 이태원 클럽에 가지는 않았다. 한국 생활이 지겨워서 몰래 출국을 시도했다. 코로나19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ㄱ은 2014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혼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ㄱ은 미화 2천달러와 옷 가방만 갖고 있었고, 장기간 숨어 지낼 동안 먹을 식량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ㄱ과 ㄴ호 승선원 20명 모두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8일 부산 강서구 국립부산검역소 신항지소에 ㄱ의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했고 ㄱ은 격리 상태에서 검사를 받았다. 경찰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면 대면조사를 통해 밀항 시도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하고, 양성 판정이 나면 대면조사를 잠시 미루고 감염병 전담병원인 경남 마산의료원에 입원시킬 방침이다.
경찰은 또 ㄴ호를 부산신항 묘박지에 임시정박시키고 승선원 20명 모두를 배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 ㄴ호의 승선원들이 ㄱ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ㄱ이 음성 판정이 나면 ㄴ호는 상하이로 다시 출발할 수 있지만, ㄱ이 양성 판정이 나면 승선원 20명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1차 조사에서 ㄱ의 진술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아직 대면조사를 하지 못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ㄱ에게 쉽게 뚫린 부산신항의 보안 문제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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