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갓갓’이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안동경찰서에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텔레그램에 ‘엔(n)번방’을 만든 ‘갓갓’ 문형욱(25)씨가 2015년부터 성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문씨는 또 경찰에 “피해자는 50여명”이라고 진술했다. 문씨가 제작한 성착취물은 3천건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4일 오전 10시 경북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이번 사건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경찰은 문씨가 지난해 2월~지난 1월 ‘엔번방’이라 불리는 1~8번방 등 텔레그램에 모두 12개의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을 만든 것을 확인했다. 또 문씨가 2018년 9월부터 성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것도 밝혀냈다. 하지만 문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5년 7월부터 유사한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해 경찰은 이를 확인하고 있다.
서동현 경북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은 “피의자는 (텔레그램) 이전에는 웹하드,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자 10명은 모두 미성년자다. 하지만 문씨는 경찰에 피해자가 50명이 넘는다고 진술했다. 문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영상을 찍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씨 자신은 절대 나서지 않았고 이들이 찍어 보낸 영상을 성착취물로 이용했다. 경찰은 문씨에게 형법의 강요·협박, 청소년성호보법상 음락물제작·강간·유사성행위·음란물배포·음란물소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대한성희롱등,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행위 금지 등 모두 9개 혐의를 적용했다.
문씨는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여성에게 “신고가 됐는데 도와주겠다”고 접근하거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등을 캐내는 방식으로 범행 대상을 찾았다. 그는 이후 피해자들을 협박해 자신이 보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을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1번방을 운영하며 입장료를 받기도 했는데 금액은 1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이었다. 그는 이렇게 받은 문화상품권을 피해자들에게 줬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이번 수사를 시작했다. 경북경찰청은 현재까지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소지한 165명을 붙잡아 7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갓갓‘의 존재를 지난해 7월 처음 알았고, 지난달 문씨가 ’갓갓‘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달 문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한 뒤 문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9일 문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백을 받은 뒤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문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자신은 절대 경찰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 큰 소리쳐왔다. 실제 문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이 갖고 있던 디지털 기기를 모두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없앴다. 문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갓갓‘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내놓자 두 손을 들었다. 경찰은 문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다니는 문씨는 2017년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김희중 경북경찰청 1부장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여죄, 공범, 범죄수익 등을 철저하게 밝힐 방침이다.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구매·소지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 수사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척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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