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중년 남성이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현금 1000만원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돈을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거제시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이웃들을 위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2시께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5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들어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구에 종이봉투 하나를 놓고 나갔다. 봉투 안에는 A4 용지에 컴퓨터로 출력한 편지 1장과 5만원권을 100장씩 묶은 500만원짜리 돈다발 2개가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마침 오늘 적금 만기가 되어, 그중 일부를 어려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부한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을 미뤄 마음의 짐이었는데, 이제 편히 잘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편지글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이 된 우리나라의 국민이어서 무척 자랑스럽다”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코로나19 사태는 경제 대공황이나 아이엠에프(IMF) 사태 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주신 익명의 기부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1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