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시민,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1000만원 맡겨
여유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기부 제안 편지도 남겨
여유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기부 제안 편지도 남겨
지난 27일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중년 남성이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현금 1000만원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돈을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거제시 제공
다음은 익명의 시민이 남긴 편지 전문
「공무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세계가 COVID-19의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대통령을 위시한 위정자들, 공무원들의 노고와 모든 깨어있는 국민들의 슬기롭고 적극적인 협조로 COVID-19 방역의 모범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한때 은혜를 입은 나라들에 도움을 주기까지 하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아직도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쟁 중인 터라, 나라 경제의 근간이 수출인 우리나라로서는 지구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질 때까지는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혹자는 현 사태를 경제 대공황이나 IMF 사태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짧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겨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살아가는 극빈층과 소외계층이 걱정입니다. 적어도 그분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높일 여력마저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헤아려 살피는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국민에 대한 지원이 법적 절차라는 과정에 발목 잡혀 차일피일 늦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이때, 이어진 경제난국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위해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가진, 많은 분들이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약소한 금액을 기부합니다.
이른 때에 실행했어야 했던 일을 차일피일하여 마음의 짐이 되었었는데 마침 오늘 적금 만기가 되었고 그중 일부를 기부할 수 있어서 이제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사다망하시겠지만 저의 뜻을 살피시어 최대한 빨리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 주시기를 거제시 공무원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십시오.
2020.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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