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 들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로 숨지거나 의식을 잃는 중대성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는 중대재해 때 기업주를 강력히 처벌하도록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21일 새벽 4시8분께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선행도장부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노동자 정아무개(50·기장)씨가 선체 구조물(블록)을 밖으로 옮길 때 여닫는 대형 문(빅도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 뒤 현장조사에 나선 현대중 노사는 “블록 입출고 업무를 맡은 정씨가 빅도어를 여는 과정에서 빅도어 4개 중 1개가 갑자기 멈추자, 멈춘 빅도어 옆에 있던 다른 빅도어를 움직여 살펴보려다 두 빅도어 사이에 끼여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바퀴가 60~100여개 달린 거대 중량물을 싣는 운반선을 격납고 같은 보관 시설에서 꺼내는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이 시설 문이 미닫이식으로 여러 겹으로 돼 있는데 2개 문은 열리고 다른 1개 문이 안 열려 재해자가 기술관리실에 신고한 뒤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이 문이 움직이면서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빅도어를 움직일 때 버튼을 눌러 하나씩 움직여야 하는데 통상 2개씩 동시에 이동시키기 위해 자석을 이용해 버튼을 고정해 작동하는 바람에 이런 사고가 났다. 안전불감증과 생산제일주의에 빠진 현대중 경영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중대재해 때 기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중에선 지난 16일 오후 6시께 특수선사업부 수중함생산부에서 노동자 김아무개(45·기사)씨가 잠수함 어뢰발사관 내부에서 유압으로 작동되는 문을 조정하는 시험을 하다가 갑자기 작동된 문에 머리와 목이 끼여 병원에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앞서 지난 2월22일에도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날 사고는 지난 2월 추락 사고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시설물 안전점검(20~28일) 중에 일어났다.

이 회사 중대재해는 2016년 12건이 발생한 뒤 2017~2019년에는 한건씩 발생했는데, 올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신동명 조계완 기자 tms13@hani.co.kr